디지털 저작권 분쟁 영화판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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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저작권 다툼이 음악에서 영화 쪽으로 무대를 옮겨가고 있다. 디지털 저작권 분쟁은 네티즌이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무료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냅스터(Napster)와 MP3 닷컴(MP3.com) 등에 대해 작가와 음반유통 업체들이 분노를 표시하고 음반 제작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화했다.

헐리우드의 영화제작자들도 이같은 분쟁에 뛰어들어 파라마운트와 디즈니를 포함한 8개 영화제작업체들이 영화 디코딩 프로그램을 자신의 웹 사이트에 공개한 웹매거진 발행업자 에릭 콜리씨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콜리씨는 웹 매거진 2600닷컴(2600.com) 발행인으로 인터넷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

영화 제작업체들이 그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의 보안코드를 풀이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유통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비디오 테이프의 대체품으로서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DVD는 `콘텐트 스크램블시스템(CSS)''이 채택돼 불법 복제될 경우 화면이 일그러지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CSS코드는 윈도와 매킨토시 운영시스템에서만 DVD를 상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리눅스 운영체제에서 DVD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CSS 코드 풀이(DeCSS) 소프트웨어로 암호를 해독해줘야 한다. 그런데 콜리씨가 바로 이 DeCSS를 공개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DeCSS만 있으면 DVD에 담긴 영화를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이를 유통시킬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DVD에 담긴 영화 한 편으로도 일반적인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를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파일용량이 크기 때문에 컴퓨터를 통한 DVD의 불법 복제 및 유통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컴퓨터의 하드 드라이브 저장 능력은 갈수록 개선되고 파일 사이즈를 줄이는 압축기술이 발달하고 있어 영화업자들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DeCSS는 리눅스 이용자들이 구입 또는 대여한 DVD를 시청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이라고 콜리씨의 변호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이같은 DeCSS 프로그램의 공개는 음반제작업체들이 소송이유로 제시한 지난 98년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위반에 해당되지도 않는다고 콜리씨의 지지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음반업자들은 DVD의 불법복제 보호장치는 꼭 필요하며 이를 비켜갈 수 있도록 만드는 어떠한 장치도 결국은 도둑질과 다름없는 해적판 제작을 가능토록 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포털 사이트 스카우어(Scour)도 영화업계와의 분쟁에 휘말려 있다.스카우어는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모든 비디오 및 오디오 관련 정보와 사이트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스스로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영화협회(MPA)는 이 사이트가 해적판 영화와 같은 불법 음반, 비디오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이 업체를 제소했다. 스카우어는 "링크된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잭 발렌티 MPA 회장은 이같은 스카우어의 해명을 "당치 않은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자신의 제품이 도둑질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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