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요우커 모셔라, 전담팀 만드는 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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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들이 귀화한 명나라 장수의 재실 모명재를 둘러보고 있다. 모명재의 모명은 명나라를 사모한다는 뜻이다.

다음달 초 중국 장쑤성의 초·중학생 800명이 대구에 온다. 방학을 이용한 수학여행단이다. 이들은 허브힐즈·시민안전테마파크 등을 관람한다. 경북대 사범대 부설초교에서 전통악기 연주 등 이 학교 학생들과 문화교류 행사도 갖는다. 이들은 이틀간 대구의 특급호텔에서 숙박한 뒤 중국으로 돌아간다. 수학여행단은 대구시와 협약을 맺은 한 여행사가 유치했다.

 대구시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2020년엔 중국인 해외 관광객이 1억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에 따라 유치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 전담기구를 설치한다. 다음달 관광문화재과에 ‘중국관광객 유치단’을 만들 예정이다. 5급 팀장 등 3∼4명이 관광코스 개발, 중국 항공편 확충, 홍보 등의 관광객 유치 방안을 마련한다. 시는 앞서 국내 여행사 6곳을 중국 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로 지정했다. 주요 유치 대상은 수학여행단과 노인관광단이다. 이를 위해 중국의 학교·교육단체, 노인단체 등과 교류를 확대할 방침이다. 자매결연 학교·단체를 늘려 초청하는 형태로 관광객을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경제인도 유치 대상이다. 대구지역 관광업계 대표 모임인 대구관광진흥회는 지난달 초 중국 화둥(華東)지역 한국상인연합회 회장단 30여 명을 초청해 팸 투어를 했다. 상하이·난징·항저우 등 19개 도시로 구성된 화둥지역은 한·중 교역의 40%를 담당하는 중국의 경제 중심지다. 강일한 한국상인연합회 회장은 “중국 경제인이 대구를 관광하도록 우리도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시는 허브힐즈·스파밸리·동성로·동화사·시니어체험관·모명재 등을 중국인 관광 명소로 꼽는다. 모발이식센터와 카지노 등은 특히 부유층에 인기가 높다. 또 대구와 베이징·상하이·선양에 항공 노선이 개설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시는 내년도 중국인 관광객을 최소 3만명으로 잡았다. 올해 관광객은 2만1200명(10월 말 기준)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동성로 일부 화장품 업소를 제외하곤 인롄(銀聯)카드를 받는 곳이 없다. 인롄카드는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용카드다. 관광 기반도 부족하다. 모명재 등 중국인이 즐겨 찾는 주요 관광지엔 중국어로 된 관광안내판이 없다. 통역도 부족하다.

 대구시 김병두(55) 관광문화재 과장은 “내년에 모명재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진입로를 손보는 등 중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모명재(慕明齋)=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 있는 재실. 임진왜란 때 원병으로 왔다가 귀화한 명나라 장군 두사충을 기리기 위해 1912년 후손들이 만들었다. 모명은 ‘명나라를 사모한다’는 의미다. 당나라 때 시인 두보의 21대손으로 중국에서 기주자사(도지사급)를 지냈다. 두사충은 귀화 후 대구의 계산동과 대명동 등지에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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