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대물림 … 툭하면 탈당·복당 … 옥천·보은·영동은 이용희 나라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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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충북 남부지역인 옥천·보은·영동군은 ‘이용희 공화국’으로 불린다. 3개 군은 이용희(81) 국회의원의 지역구다. 그는 1960년 5대 민의원에 당선된 뒤 이곳에서 다섯 차례나 금배지를 달았다. 그런 이 의원이 2일 자유선진당을 탈당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민주당 복당을 위해서다. 그는 현재 무소속으로 5일 민주당에 입당할 예정이다. 현역 국회의원 중 최고령인 이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선진당으로 옮겨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지역구 군수 3명과 지방의원 19명(광역 4명, 기초 15명)을 당선시키며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 의원의 측근으로 불리는 정구복(54) 영동군수와 김영만(60) 옥천군수는 이 의원보다 하루 앞선 1일 자유선진당을 탈당했다. 두 군수는 “이용희 의원과 정치적 신의를 지키기 위해 탈당했다. (이 의원을 따라)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9월에는 정상혁(70) 보은군수와 도의원·군의원 15명이 먼저 탈당했다. 재선인 정구복 군수는 그동안 당적을 모두 이 의원과 함께했다. 이 의원이 열린우리당-선진당-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할 때 한배를 탔다. 정 군수는 2008년 총선 전 이 의원이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재심의를 요구하며 ‘충성심’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충북도의원을 지낸 김영만 군수 역시 선진당-민주당으로 당적을 변경했다. 정상혁 군수는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선진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결국 이 의원을 따라 당적을 바꿨다. 이들의 탈당에 대해 이 의원 측은 “본인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의원은 내년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대신 아들 재한(49·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에게 지역구를 물려줄 계획이다. 민주당 소속인 재한씨는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옥천으로 내려왔다. 옥천·보은·영동에서는 재한씨의 총선 출마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국회의원을 세습하려고 한다” “그래도 이 의원이 한 게 많다”는 의견으로 갈라지고 있다.

 그러나 철새 정치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송재봉 사무처장은 “정당을 자주 옮겨 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 유권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당적 변경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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