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정점 언제일까] 미국시장 동향도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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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정점이 언제냐는 전망은 정부와 민간쪽이 엇갈린다.

그러나 정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며, 경기하강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도 올 하반기 경제운용의 우선 과제로 구조조정의 마무리와 경기 연착륙을 제시한 데 이어, 추가적인 정책대응의 필요성을 점검하고 있다.

◇ 구조조정 마무리와 금융시스템 복원〓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돌아서면 급속한 침체로 빠져들 것이란 전망에 정부나 민간쪽 모두 동의하고 있다.

김원규 산업연구원(KIET)동향분석실장은 "최근 극심한 자금경색에서 경험했듯이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금융시스템이 마비상태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며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조정은 확실히 끝내 금융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도록 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도 "경기 하강시점이 다가오면서 구조조정에 쏟을 시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고 경고하고 "그러나 구조조정을 잘 마쳐 금융기관들이 깨끗하게 재탄생하고 기업들의 체질이 강화되면 경기가 앞으로도 2~3년은 완만한 상승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했다.

◇ 물가안정 기조 유지〓올 상반기중 1.5% 상승에 그친 소비자물가지수가 하반기에는 2~3% 정도로 더 큰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국책.민간연구소들은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공공요금과 공산품 가격이 들먹이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욕구도 분출하고 있다.

물가가 뛰면 경기정점은 그 만큼 빨리오고, 자칫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테그플레이션의 고통도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예정보다 3조원 더 줄이는 재정긴축을 통해 총수요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 때문에 금리를 올리는 처방은 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미국 경기연착륙과 유가안정〓대외여건도 중요한 변수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경기가 하강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제유가도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이 경기연착륙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가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국제수지에 계속 부담을 줄 전망이다.

김종민 국민대 교수는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도록 급속한 환율변동을 막고 에너지 과소비를 억제하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고 제안했다.

◇ 디지털경제로 전환과 생산성 향상〓벤처기업 창업바람이 계속되고 대기업들도 정보기술(IT)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경기전망을 밝게하고 있다.

한성택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벤처창업과 함께 기존 오프라인과 온라인 산업이 결합해 전반적인 생산성이 올라가면 우리나라에도 저물가-고성장이 장기간 지속되는 미국식 신경제를 기대해 볼 만하다" 고 밝혔다.

그러나 신경제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만만치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신경제는 IT산업의 기여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달러화를 마음데로 찍어낼 수 있으니 경상수지 적자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는 특수성 때문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달러를 벌어들여야 먹고 사는 우리가 신경제를 이루려면 경상수지 흑자기반을 확실히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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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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