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만이 강한 닷컴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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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com)은 벌써 닷곤(.gone)이 되어 버린 것일까. 국내 벤처기업 모두가 거품론에 휩싸였지만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닷컴에 대한 시선은 더욱 싸늘하다. 수익모델이 불투명한 닷컴에 대해서는 벤처캐피털이나 창투사도 투자를 기피하고, 기왕의 지분마저 처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닷컴주의 폭락으로 엄청난 손실을 본 벤처캐피털이나 창투사 스스로가 생존경쟁에 돌입한 까닭이다. 사정이 이러 하니 운영자금마저 바닥난 닷컴도 적지 않다는 소문이다.

코스닥 주가의 폭락 이후 벤처기업의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옥석의 기준은 당연히 수익 창출력이 될 것이다. 수익력에 자신있는 일부 옥들은 주가하락을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M&A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M&A의 대상에서조차 소외될 벤처들이며, 이들 대부분은 순전히 온라인 서비스에만 의존하는 닷컴이 될 것이다. 이미 B2C를 지향하는 쇼핑몰의 상당수가 개점휴업 상태이며, 무료 서비스로 회원수를 늘려 온 기업들은 회원수에 비례하여 적자가 늘어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닷컴이 재기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수익원을 발견하는 것이 관건이다. 대부분의 닷컴은 광고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나, 이제는 광고주들도 페이지뷰나 커뮤니티의 효과를 반신반의하고 있으며 네티즌들도 광고에 짜증을 내고 있다. 유료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오프라인과의 제휴를 통해 실물기반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라인 쇼핑업체는 백화점이나 편의점, 온라인 교육업체는 학원과 각각 제휴할 수 있을 것이다.

수익 창출에 자신이 없다면 아마존처럼 시장지배력이라도 확고히 해야 한다. 인터넷광고 시장의 1, 2위인 야후와 AOL은 시티코프와 타임워너를 인수하여 미디어재벌이 됐지만, 4위인 라이코스는 스페인의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테라네트워크에 오히려 인수당하고 말았다. 상위 3개 업체가 세계산업을 지배한다는 ‘3강의 법칙’은 닷컴에도 예외가 아니다. 주가폭락으로 스톡옵션마저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닷컴의 핵심 인력들이 빠져 나가는 것도 문제다.

벤처문화에 대한 적응 실패, 열악한 근무환경, 가족과의 갈등 등도 주요인이다. 기업경영이란 어차피 장기 레이스이므로 열정과 자유분방함만으로는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며, 공정한 원칙(rule)과 조직(system)에 의한 경영으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여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성과와 보상을 연계하여 조직에 대한 몰입(commitment)을 유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M&A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닷컴의 진로와 퇴로를 동시에 열어 주는 길이다. 닷컴기업간의 M&A 혹은 제조벤처나 대기업과의 M&A를 통해 닷컴은 수익모델을 창출·보완할 수도 있으며, 투자자금을 회수하여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주식스와핑을 허용하고 양도세·소득세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벤처든 닷컴이든 냉엄한 적자생존을 통해 진화되어야 한다.

일정한 등록요건을 부여하여 보호·양육하는 현재의 제도가 지속되는 한 벤처시장의 도덕적 해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모험심과 열정으로 시장경쟁에서 승리할 때 벤처기업의 富도 정당한 대가로 인정받게 되며, 국민의 애정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게 된다. 벤처와 닷컴은 우리 경제의 새싹이다. 그리고 그것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잡초라야 한다.

글 : 윤종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미국 닷컴은 지금

실적호전 전망에 기사회생… 일부‘대장’은 살아남을 듯

세계 닷컴 몰락의 진원지였던 美 닷컴들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닷컴의 목을 죄던 ‘실적’이 예상 밖으로 괜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구경제에 밀려 힘을 잃어가던 나스닥 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야후의 경우 지난 7월11일 장 마감 뒤 나온 실적 발표가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뛰어넘자 다음날 폭등장을 이끌었고 나스닥은 이에 힘입어 7월14일까지 상승세를 타 4천2백선을 돌파했다. 그간 낙폭이 컸던 탓도 있겠지만 특히 이날에는 증권사들의 잇따른 등급 상향에 따라 인터넷주가 큰 폭으로 올라 기술주로 매기를 옮기는데 기여했다.

이날도 야후는 급등세를 이어가며 4.4% 올랐고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는 어느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폭격을 받았던 비운의 스타 아마존도 살로먼스미스바니가 캐시 보유에 문제가 없고 올해 말로 갈수록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평하면서 ‘Buy’ 추천, 21%나 폭등했다.

또 이베이도 15%, AOL도 6%나 올랐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닷컴의 막연한 미래가치 대신 손에 잡히는 실적과 현금 흐름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닷컴도 “이제 끝”이라는 비관론을 뒤집어 놓은 원인도 따지고 보면 기업의 일반적 속성인 매출과 수익내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美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도 7월14일자 기사에서 닷컴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으며 현금 고갈 우려에 따라 너나 할 것 없이 감원과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닷컴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헨리 블로젯은 닷컴의 75%가 파산이나 인수합병으로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고 앞으로도 몇 달간은 닷컴의 부침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넷(Net)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유망 닷컴에는 자금지원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연 넷은 사라질 것인가. 천만에. 돈 못 버는 무수한 닷컴은 추락하겠지만 ‘넷은 그대로’있을 것 같다.

글: 남승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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