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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청담동 싸모님이야” 하숙치는 엉뚱 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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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배우 김혜자(70·사진)씨는 지난달 29일에도 채 세 시간을 자지 못했다. “일일극이 힘든지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절감한다”고 했다. 그래도 30일 인터뷰엔 선선히 응했다. 분장 지우고 화장 고쳐야 한다며 꽤 오랜 시간 분장실에 있었다.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 ‘국민 엄마’도 비슷했다.

 김혜자씨가 JTBC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극본 박혜영, 연출 김석윤, 월∼금 오후 8시5분)에 출연한다. 그로선 모험이요 파격이다. 우선 50년 연기 인생에서 시트콤 출연은 처음이다.

 “‘나이 들어 주책 맞게 웃기려고 그러느냐’는 분도 있어요. 전 시트콤이다 아니다 그런 구분 없어요. 대본 보고 캐릭터 보고 마음이 동동거렸어요. 그냥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일일극 출연은 30여 년 만이다. “일일드라마 찍다가 70년대 후반에 ‘내 체력으론 안 되겠다’ 싶어 이후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그걸 다시 하리라곤 저도 믿기지 않아요. 뭐에 홀린 거겠죠.”

 신규 종합편성채널 JTBC에 출연하는 것도 그로선 이례적인 일일 터. “전 낯가림이 심해요. 대신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가요. 연출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지, 방송국에서 시키니깐 하는 것인지, 그런 걸 따져요. 김석윤 감독에겐 진심이 느껴졌어요. 주철환 편성본부장과도 오랜 시간 함께했고요. 그런 사람들을 믿어요. 방송도 결국 사람이 하는 거니깐.”

 김씨가 ‘청담동 살아요’에서 맡은 배역은 청담동에 있는 허름한 하숙집 주인이다. 하숙생을 치고 만화방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잇는 그의 주위에 별볼일 없는 인생이 몰려든다. 그 풍경이 꽤 살갑다. 여기에 변수가 생긴다. 김씨가 실수로 ‘청담동 사모님’ 행세를 하면서 일은 복잡하게 꼬여 간다.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아니면 폼 잡으려고 거짓말 할 때 있잖아요. 남들은 다 아는데 자기만 속였다고 우쭐거리는 행세랄까. 그 어수룩함이, 그 인간 냄새가 사랑스러워요.”

 그는 어떤 얘기를 전하고 싶을까. “계도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훈장처럼 굴면 사람들이 불편해 하잖아요. ”

 그게 어찌 배우 김혜자만의 연기관일까. 문득 JTBC의 제작 방향도 그래야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지금 모두들 힘들어 하잖아요. 방송은 이제 위로가 돼야 해요. 사람들은 친구 같은 방송을 원해요.”

 김씨는 30여 년간 한 제품 광고 모델만 했다. 다른 건 안 했다. “그게 자존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방송도 MBC에만 출연했다. 미디어빅뱅 ‘종편시대’를 맞아 그는 첫 스타트를 채널 15번 JTBC와 함께했다.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기보다 또 다른 자신을 찾아 훌쩍 자신을 던질 수 있는 배우. 그게 배우 김혜자의 진짜 얼굴 아닐까. 곧 세간엔 이런 소리가 들릴지 모르겠다. “엄마 15번 봐봐, ‘엉뚱 혜자’ 진짜 웃겨.”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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