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 22년 있던 대견사, 천년 만에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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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435호 비슬산 암괴류. 산비탈을 따라 흘러내려 쌓인 커다란 바위들이 하천의 자갈처럼 널려 있다.

대구 달성군이 비슬산의 관광 명소화에 나섰다. 산세가 좋아 등산객이 많이 찾는 비슬산을 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달성군은 우선 비슬산에 있던 신라 사찰 대견사(大見寺)를 복원키로 했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이달 중순쯤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대구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과 대견사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건립 비용 50억원은 동화사 측이 부담하고 달성군은 사찰의 설계와 건축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맡기로 했다. 군에 따르면 사찰은 대웅전·요사채·산신각·종각 등 4∼5개 동으로 건립된다. 옛 사찰 터에 당시의 건축 양식을 살려 지을 예정이다. 사찰 모습에 관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군은 2002년 대견사 터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전체 건물이 6동이었고 면적은 240㎡인 것으로 확인했다. 현장에는 절터와 삼층석탑·마애불 등이 남아 있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 때인 810년 비슬산의 해발 1000m 지점에 세워졌다. 절 이름이 보당암이었지만 조선 세종 때 대견사로 바뀌었다. 당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절이라는 의미다. 임진왜란 때 불타 다시 지은 뒤 여러 차례 수리했다가 일제시대인 1917년 철거됐다. 대견사는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구상한 사찰이다. 일연은 22세 때 승과에 장원급제한 뒤 이 절의 주지를 맡아 22년간 재임했다. 일연은 출가 후 70년간의 승려생활 중 35년을 비슬산과 달성군에서 보냈다. 달성군 최승진 협력사업담당은 “대견사를 복원하면 일연스님의 이야기가 담긴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사찰 옆 공터에 전망대를 겸한 공연장을 만들어 산사음악회 등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군은 ‘비슬산 둘레길’도 만든다. 산 자락을 도는 걷기 코스다. 마을을 연결하는 산길을 복원해 가족과 함께 걸으며 옛 산골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길이는 108㎞. 폭 1.2∼1.5m의 흙길에 마을의 전설 등을 소개한 안내판과 쉼터도 설치한다. 지난 4월 기본계획을 마련한 데 이어 내년 초 설계를 거쳐 2013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또 암괴류(岩塊流)를 관찰할 수 있는 탐방로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자연학습장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암괴류는 바위가 산비탈을 따라 흘러내리며 쌓인 것으로 천연기념물 제435호다. 암괴류는 해발 1000m 지점에서 시작돼 서로 다른 골짜기를 내려오며 형성돼 있다. 길이 2∼3m, 두께 1∼2m가량의 커다란 바위들이 하천 바닥의 자갈처럼 널려 있다. 폭이 최대 80m에 길이 2㎞ 정도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대견사와 둘레길 등을 만들어 비슬산을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키울 예정”이라며 “연간 60만명인 관광객을 300만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비슬산(琵瑟山)=달성군 유가면 용리에 위치하고 있다. 최고봉인 대견봉은 해발 1083m다. 힌두신 비슈누를 한자음으로 쓴 데서 유래했다. 100만㎡의 참꽃 군락지와 휴양림·청소년 야영장·암괴류 등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다. 달성군은 봄마다 참꽃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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