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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장애 작가들 ‘꿈의 공작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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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전 장애인 창작집필실에서 이환수(왼쪽에서 두번째) 감사 등 대전시내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앞으로 창작집필실 운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오후 3시 대전시 중구 대흥동 빌딩 3층에 자리잡은 장애인 창작집필실. 지체장애 2급인 김연숙(45)씨가 15㎡ 남짓한 공간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열심히 눌러댔다. 시(詩)를 쓰기 위해서다. 그는 시상(詩想)이 떠오르지 않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놓인 침대에 누워 천장(天障)을 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기도 했다. 이날 집필실에는 김씨 외에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7~8명이 소설·시 등 문학창작을 하고 있었다. 김씨는 “그동안 장애인이 문학창작을 할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었으나 전용 집필실이 생겨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문인들의 창작공간인 장애인 창작집필실이 전국 처음으로 대전에 생겼다. 지난달 21일 개관한 478㎡규모의 ‘대한민국 창작집필실’은 15㎡ 내외의 개인 집필실 9개와 사무실, 강연과 공연창작 활동이 가능한 마루공간으로 구성됐다.

 고시원과 비슷한 개인 공간으로 만들어진 집필실은 컴퓨터와 책상 등을 갖췄다. 책상 옆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침대도 있다. 화장실도 장애인용 변기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복도 등 편의시설도 완벽하게 설치됐다.

 집필실 입주자는 장애인 우선이지만 비장애인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일반인도 받는다. 한 번 입주하면 2~3개월 정도 집필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입주비는 무료다. 현재 지역 장애인 문인 4명과 고려대 강태근 교수 등 타지역 비장애인 문인 2명의 입주해있다.

 입주자는 평소 창작활동을 해온 장애인들이 제출한 작품을 대상으로 출판사 관계자와 대전지역 문인들이 심사해 선발한다.

 거동이 불편해 집에서만 생활하는 장애인을 위한 문학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문학인들의 강연 내용을 녹화해 재가장애인들에게 보내 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창작집필실을 추진한 ‘장애인 인식개선 오늘’의 박재홍(44·지체장애2급) 대표는 “초청 강사들과 협의해 강의 내용을 녹화한 자료를 재가장애인들에게 제공, 집에서도 수준 높은 문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창작집필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문예진흥기금과 후원회 기금 등 3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손종호(충남대 인문학부 교수)운영위원장은 “집필실은 장애 문인들을 우선 배려하는 공간이지만 비장애인 문인들과 교류하는 목적도 있다”며 “이 집필공간은 장애인·비장애인 어울리는 인문학 공부는 물론 유명 작가들의 초청 강연 등으로 지역사회 인문학 발전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서형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장애인 인식개선 오늘=장애를 가진 문학인들을 돕기 위해 2004년 대전지역 문인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자원봉사 단체다. 현재 회원은 전국적으로 400여 명이다. 이 단체는 그동안 예술을 하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문학 워크숍 등을 개최해 창작 역량을 강화하고 작품활동에 필요한 재료구입 등의 경비를 회원들의 사비로 지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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