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인터넷 경매 훼방꾼 설친다

중앙일보

입력

농산물 경매 전문사이트에서 쥐포 한 봉지를 사려고 참여했던 주부 차혜련(30.경기도 시흥시 논곡동) 씨는 며칠 전 분통터지는 일을 경험했다.

2백원에서 시작된 경매가 3백원.4백원.8백원으로 올라가다가 갑자기 9천원으로 뛰어버린 것이다.

결국 경매는 9천6백원에 낙찰됐다. 사이트의 제품소개에는 1만3천원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동네 슈퍼의 가격(9천5백원) 보다 오히려 비싼 낙찰가였다.

문득 며칠 전 바나나 한 박스 경매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5천1백원에서 진행되던 경매가 갑자기 8천원으로 뛰어올라 당황하며 경매를 포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 때 가격을 올린 사람도 쥐포 경매 때와 같은 이용자식별번호(ID) 를 가진 사람.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이 ID를 가진 사람을 규탄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심지어 사업자측에서 고용한 사람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그러나 운영자측은 "경매의 특성상 물건을 원하는 사람이 비싼 가격에 입찰에 참여한다고 해 규제할 방법은 없다" 는 글만 되풀이하며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경매 훼방꾼들이 판치고 있다. 이들은 정작 자신은 물건을 살 마음도 없으면서 가격만 올려 놓고 사라지기 일쑤. 특히 경매에 물건을 내놓은 업체가 스스로 비싼 값에 응찰, 조금이라도 싼 값에 물건을 사려는 네티즌 소비자를 우롱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북 군산시 문화동에 사는 정삼순(45) 씨도 지난달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정씨는 캠코더를 1천원부터 경매입찰하는 한 유명 경매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돌연 5만~10만원씩 응찰가를 올려버리는 3~4명의 ID를 발견했다.

알고보니 이들은 바로 경매물품을 내놓은 전자제품 회사의 직원들. 이들은 시중가 1백만원인 캠코더의 입찰가가 67만원에서 정지되자 마감시간에 임박해 99만원에 직접 사들이고 말았다.

화가 난 정씨가 해당 회사에 항의전화를 하자 "제품 홍보를 위해 경매 사이트를 이용했다" 며 "시간낭비하게 한 것은 미안하지만 밑지고 팔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 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경매 사이트인 옥션의 나윤희 홍보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경매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난입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며 "갑자기 입찰 가격이 10배 이상으로 뛰거나 하면 직접 전화해 실제 구매의사가 있는지 확인한다" 고 말했다.

◇ 인터넷 경매 피해를 피하려면〓사이버 공간에서는 거래 상대자나 물건의 상태를 직접 볼 수 없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기 쉬운 허점이 있다.

소보원 소비자정보센터 안현숙 과장은 "피해를 막으려면 아무 사이트나 함부로 들어가는 것부터 삼가야 한다" 고 경고한다.

소비자에게 피해만 주고 사라져버리는 유령사이트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

사이트에 주소.전화번호.대표자 성명 등의 사업자 인적사항이 확실히 기재된 곳이 안전하고 고객들의 의견을 듣는 게시판, 문제 발생시 해결절차 등을 밝힌 곳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가격이 너무 높게 올라가는 것을 막는 ''상한가제한'' 이 있는 곳도 괜찮은 편. 그러나 경매가격만 있고 마감시간이 없는 곳은 사업자측이 적정 이윤을 노리는 곳이므로 피하도록 한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서영경 팀장은 "입찰에 참여하기 전에는 해당 상품의 시중가격이 얼마인지 챙길 것" 을 주문하고 "정상판매가와 할인가는 물론 중고시세까지 정확히 알아두면 경매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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