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종주국 '한국', 미국 시장서 고전 이유는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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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한국산 인삼은 품질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 받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산, 중국산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23일 LA지역 포천인삼 매장에서 한 고객이 제품들을 보고 있다. 백종춘 기자

22일 LA 차이나타운 내 풍하 약재상.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한약 냄새가 문틈으로 새어 나왔다. 약재상 안에는 대여섯 명의 중국인 손님들이 유심히 약재를 살펴보고 있었다. 한국의 한의원처럼 약재상 내부는 황토색 서랍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는데 저마다 서랍에는 약재 이름이 한자로 쓰여 있었다.

먼저 중국말로 인사를 건넨 점원에게 영어로 "한국산 인삼이 있나요?"라고 물어보니 "렌셴"이라고 답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중국어로 '렌셴'은 '인삼'을 뜻한다. 때마침 약재를 살피던 한 남성 고객도 사장에게 "한국산 인삼을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약재상 사장인 샤오 치엔 씨는 "제일 고가의 인삼은 한국산 인삼"이라며 튼실해 보이는 인삼을 들어 보여주었다. 그는 "크기로 봤을 때는 캐나다 산이 제일 크지만 품질면에서 보면 한국산 인삼을 따라갈 만한 물건은 없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는 한국 인삼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 상태다.

미국산 인삼은 대부분 홍콩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미국시장에서 유통되는 인삼은 대부분 수입품이다.

연방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모두 1616만 달러 분량의 재배 인삼(가공제품 제외)을 수입했다. 이는 2009년(1485만 달러) 보다 더욱 늘은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수입된 인삼을 국가별로 분석해 보면 지난해의 경우 홍콩(596만 달러) 중국(578만 달러) 캐나다(206만 달러) 타이완(176만 달러)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지난해 54만 달러 분량의 인삼을 수입했는데 이는 2009년(62만 달러) 보다 더욱 줄어 들은 수치다.

품질 좋다는 한국산 인삼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판·품질·효능 최고지만 저가 중국산에 시장 뺏겨
일반 소비자 구분 힘들어 가짜 한국산 무분별 유통

일단 한국산은 가격이 높다. 특히 지난 여름 한국에서 폭우로 인해 인삼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상승은 다른 나라 인삼과의 경쟁력에 있어서 좋지 않은 소식이다.

최근 한국인삼공사와 인삼경작자협의회는 홍삼 제조에 쓰이는 6년근 인삼 수매가를 750그램당 3만2100원으로 정했다. 이는 지난해(3만 원) 보다 7% 오른 가격이다. 아직 인삼가격 상승 여파가 소매시장까지는 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 내는 물론 미주지역에도 곧 가격 상승의 여파는 있을 전망이다.

미국 소매시장에서 이상적이라는 6년근 인삼의 가격은 크기나 무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산은 보통 한 뿌리에 100달러대. 중국산 등 다른 인삼들은 크기가 같아도 한국산보다 20%정도 가격이 낮다.

약재상 사장인 샤오 치엔 씨는 "한국산 인삼은 동체가 굵고 다리가 2~3개로 품질과 효과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산은 가격이 비싸다 보니 손님들이 캐나다나 중국 인삼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미주지역에서 다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저가의 중국산 인삼이 한국산으로 둔갑돼 유통되는 것도 문제다. 한국산 인삼에 대한 이미지나 판매율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포천인삼 이종범 대표는 "사실 직접 먹어보고 효능을 알기 전까지는 일반 소비자들이 중국산과 한국산을 외관상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며 "게다가 이를 전문적으로 구분하고 검증할만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도 미국에서 한국삼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국 인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고려인삼센터 백광수 대표는 "한국 인삼은 양(열)이 많다는 인식 때문에 날씨가 따뜻한 가주지역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다"며 "오히려 열이 적은 미국삼이나 캐나다삼이 이곳에서는 더 인기가 많은 것도 한국삼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인터뷰] 한국인삼공사 정동영 미주법인장
유사품 불법판매 막고 고급·브랜드화로 차별

22일 한국인삼공사 정동영 미주법인장(사진)은 한국산 인삼이 미주시장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인삼의 '고급 제품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삼공사는 2015년 5억 달러 수출달성을 목표로 브랜드 상점을 미국 전역에 30개 곳으로 확장하면서 타인종과 주류사회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 법인장은 "한국의 고려인삼의 품질과 효과는 세계 최고이기 때문에 이를 더욱 특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산 인삼을 세계적인 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캔디와 같은 기호상품 차 등 다양한 품목으로 제품화시켜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더 넓은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법인장은 또 한국 인삼의 고급 제품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국산 등과 차별되는 대응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인삼공사의 대표 브랜드인 정관장의 경우 미주지역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위조 제품이 LA를 비롯한 뉴저지 버지니아 애틀랜타 등 북미 전지역에서 불법 유통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도 접수된 바 있다.

정 법인장은 "정관장 브랜드를 이용해 미주 지역에 위조 제품이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 자체적으로 성분분석조사를 펼치는가 하면 한국 법무부가 재빨리 법적 대응을 위해 생산자와 유통경로 등을 밝혀내는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 법인장은 "한국 고려삼의 품질은 세계 어느 인삼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명품 인삼을 부각시켜야 한다"며 "다른 나라 인삼이 한국삼으로 둔갑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인삼이 최고기 때문에 흉내를 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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