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간 이식한 ‘소방사의 효행’ … 강성구 소방관의 특별한 가족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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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상에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합니다. 언제나 제겐 고마운 분이셨어요.”

 간암과 간경화를 앓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을 떼어낸 효자 소방관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아산 소방서에서 응급 구조사로 근무하는 강성구 소방관. 그는 간 제반 검사를 받고 그 결과 간 제공 적합판정을 받았다. 그 후 6시간의 대수술을 통해 자신의 간 60%를 아버지에게 이식했다. 강 소방관은 “간을 이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망설임 없이 이식을 해드렸다”며 “나에게 모든 것을 주신 아버지께 나는 단지 내 몸 일부를 드렸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강 소방관은 한달 간 통원치료를 마치고 소방관으로 다시 복귀 했고 그의 아버지도 건강을 되찾고 요양 중이다.

가족 소중함 깨달아

강성구 소방관(사진 오른쪽)이 자신의 아버지 강대구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강 소방관은 간경화로 고생하는 아버지께 선뜻 자신의 간을 나눠줘 귀감을 사고 있다. [사진=조영회 기자]

둘째 아들인 강 소방관에게 그의 아버지 강대구(60)씨는 삶의 버팀목이자 친구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힘든 일이 있으면 늘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친구보다 아버지와 함께 노는 날이 많았다고도 했다.

 “아버지가 원래 장난기가 많으세요. 제가 초등학교 때 이후로는 혼난 적도 없구요. 모든 문제는 대화로 풀었죠.”

 그러던 지난달 강 소방관은 아버지가 간이식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2001년부터 간암 투병 중이던 강씨의 간 수치가 높아지고 그 기능이 점차 악화돼 이식 이외에 방법이 없다는 담당의사의 권유 때문이었다. 강 소방관은 막막했다. 가족 중 아버지와 일치하는 혈액형이 없어서였다.

 “저희 형과 저는 AB형인데 아버지는 A형이셨어요. 어떻게든 이식을 해야 했지만 어쩔 줄 몰라 발만 굴렀죠.”

 갖가지 방법을 생각하던중 강 소방관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께 혈액형 재검사를 권유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때문이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60년 동안 A형으로 알았던 강씨의 혈액형이 알고 보니 AB형 이였던 것.

 “옛날에는 혈액형이 조금씩 틀리곤 하자나요. 혹시나 했는데 AB형으로 판정돼 너무 감사했어요.”

 강 소방관은 병원을 찾아가 조직검사를 받고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다. 곧바로 입원수속을 밟고 혈액형 일치판정을 받는 등 모든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그리고 6시간의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형과 함께 아버지에게 간을 떼어드리자고 논의 하다가 몸 상태가 좀 더 나은 제가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어요. 형은 약간의 당뇨를 갖고 있었거든요. 장난기 많은 아버지는 수술이 끝난 뒤 저에게 ‘괜찮냐?’라며 웃으시더군요.”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아버지로서 잘해준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씨는 강 소방관을 비롯한 가족들에 대한 마음을 이렇게 얘기했다. 오랜 기간 병마와 싸워오면서 가족에게 걱정만 안겨주는 것이 늘 미안했다. 지난달 간이식을 권유 받았을 때도 주변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려 했다.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질 가족들을 생각하니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좀 더 경과를 지켜보려 했죠. 혈액형도 문제였고….”

 하지만 건강이 더 악화돼 돌이킬 수 없을 상황이 되면 가족들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줄 것 같았다. 상의 끝에 간 이식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다행히 혈액형 재검사 결과가 좋게 나와 이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선뜻 자신의 몸 일부를 떼어준 아들에게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성구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골이었어요. 어리게만 생각했던 아들녀석이 몸의 일부를 떼어줬는데 기특하지 않겠습니까? 며느리도 얼마나 저에게 잘해주는지…. 다시 태어났다는 생각으로 가족들한테 더 잘하고 싶네요”

한 마음 한 뜻으로…

강 소방관이 아버지에게 간을 이식하는데 까지는 아산소방서 직원들의 협조도 한 몫 했다. 구동철 소방행정과장은 “처음 강 소방관에게 소식을 접하고 선뜻 병가를 내줬다”며 “가족을 지키는 일 이외에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산소방서 직원들은 자신의 사비를 십시일반 모아 총 400여 만원의 성금을 강 소방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강 소방관은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도와줘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구 과장은 “힘든 수술을 겪은 만큼 소방서에서도 강 소방관을 위해 당분간 무리한 근무를 시키진 않을 계획”이라고 배려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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