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의 행복한 은퇴 설계] 은퇴 후 5년이 중요 … 자산 목록 재점검해 ‘물가+α’ 수익 챙겨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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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그러면 이제 길거리는 온통 노인들로 가득하게 될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길거리에서 노인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젊은 사람도 드물어 한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은 다 어디에 가 있다는 얘긴가? 아마 많은 노인이 집안이나 병실·양로원·산속이나 펜션, 동남아 등지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따로 할 일이 없고, 취미생활이나 모임에 나갈 돈도 없고, 본인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고, 배우자가 아파서 병수발을 해야 하는 경우 등 때문이다. 밖에 나가도 주로 등산이나 종교 모임이고 일부는 해외 이민을 갈 것이다.

 슬프지만 곧 닥칠 현실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날 문제가 있다. 은퇴 직후 5년 내에 예상외의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는 사실이다. 즉 은퇴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노후계획 전체가 엉망이 되고 노후생활도 막막해질 것이란 얘기다.

 은퇴 이후 5년은 은퇴생활 전체를 좌우할 치명적 변수가 집중돼 있는 시기다. 먼저 정년퇴직 이후 5년 내에 병을 얻거나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남자는 이 시기에 사회적 지위가 변하면서 느끼는 무력감이나 그동안 잠복했던 건강 문제가 드러나는 사례가 많다. 한편으로 정년퇴직 이후 새로운 일에 도전해 자리 잡는 것도 쉽지 않다. 50대 이상 자영업자 수가 지난 10월 말 기준 310만 명이 넘었다. 최근 1년간 17만 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년인 만 55세가 되는 인구가 지난 5년간은 매년 44만 명 정도였는데 베이비 부머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9년간은 매년 80만 명이 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그만큼 새로운 일로 자리 잡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질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55세 정년부터 65세까지를 보통 ‘마의 10년’이라 부른다. 퇴직으로 수입은 줄고 연금은 나오기 전인데, 나가는 돈은 급격히 늘어나 자금 압박이 가장 큰 시기다. 많은 사람이 이 시기에 그나마 모았던 은퇴자금을 거의 소진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은퇴 30년을 준비하는 장기계획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긴요한 것이 은퇴 후 5년을 확실히 커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중기 은퇴 설계다. 특히 은퇴를 4∼5년 앞두고 있다면 이를 위해 쓰는 돈을 줄여서 더 모으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지금 있는 자산의 운영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부동산이나 보험·예금·펀드 등 가지고 있는 자산을 다시 점검해 목적이나 역할이 불분명해진 자산을 현금화해야 한다. 이를 가지고 원금은 보장하되 ‘물가+알파’를 목표로 연 7% 내외 기대수익률의 투자상품에 넣어두고 은퇴 전까지 자산을 최대한 불려야 한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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