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걱정 → 14대1 … 군산 회현중 3년 만에 어떻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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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회현중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고 오후 4시부터 방과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밴드부·국악·외국어를 비롯해 전교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무려 18개나 된다. 영어·수학 심화학습도 운영한다. [군산=프리랜서 오종찬]

전북 군산시 회현중학교는 한 학년에 2개 학급, 전교생이 165명뿐인 시골학교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면 30여 분이나 걸린다. 이 작은 농촌학교가 공교육의 성공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은 “휴일에도 학교를 나가고 싶을 정도로 학교가 재미있다”고 말한다. 덕분에 도시 아이들이 몰려와 신입생 경쟁률이 전국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치열하다.

 회현중학교는 최근 2012학년도 신입생 선발 전형에서 1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내년 신입생(전체 60명) 중 지역 내 학생 39명을 제외한 나머지 21명 모집에 297명이 지원서를 냈다. 그중에는 서울·전주·익산 등 도시에서 온 학생이 많다. 신입생은 인성·창의력을 평가해 뽑는다.

이항근 교장

 회현중은 3년 전만 해도 폐교를 걱정하던 학교였다. 1971년 개교해 한때 800명을 넘나들던 전교생은 2009년 71명까지 줄었다. 문 닫기 직전의 학교를 부활시킨 주역은 이항근(54) 교장이다.

그는 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2008년 공모제를 통해 교장에 취임했다.

 이 교장은 “농촌에서 문화공동체 구심점 역할을 하는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 지역이 더욱 썰렁해지고, 농촌 아이들은 도시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교육·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입시 과목 중심에서 벗어나 진로·인생 설계에 도움이 되는 특성화 과목을 정규수업에 넣었다. 학생들은 진로탐색 교육과 연극(1학년)·생태농업(2학년)·문화탐방(3학년) 수업을 받는다.

 오후 4시부터 전교생이 참여하는 방과후 프로그램에는 외국어·퍼즐·바둑·밴드·국악·스포츠·제과·제빵 등 다양한 과목들이 들어있다. 저녁을 먹은 뒤 오후 7~9시에는 영어·수학 심화학습과 자기주도 학습으로 이어진다.

 학생 89%는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 밴드부에서 드럼을 치는 강채은(2학년)양은 “토·일요일도 학교에 나가 공부하고 취미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군산 시내 초등학교에서 반 1, 2등을 다투던 지은이는 부모님이 시내학교 진학을 권했지만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다”며 이 학교를 택했다.

 학생들이 몰리면서 지역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학교 주변에 10여 가구씩 남아돌던 빈 집들은 2~3년 전부터 나오기 무섭게 팔려 나가고, 값도 10~15% 올랐다. 이 교장은 “학교가 살아난 것은 함께 열정적으로 뛰어준 동료 교사와 지역주민들의 지원 덕분”이라고 말했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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