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값 절반인데, 분양가는 그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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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북 전주시 만성동과 완주군 이서면에 조성 중인 전북혁신도시 내 아파트의 고가(高價) 분양 논란이 일고 있다.

 우미건설은 혁신도시에 짓는 전용면적 83~84㎡의 ‘우미 린’ 1142가구를 민간 분양으로는 처음으로 다음달 2일부터 분양한다. 호반건설도 84㎡의 ‘호반 베르디움’ 808가구를 다음달 중순께 분양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분양가를 3.3㎡당 650만원 대로 정한 것을 알려졌다.

 하지만 토지 공급가격을 감안할 때 분양가가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는 아파트 부지를 3.3당 132만원에 매입했다. 조성 원가(147만원)보다 10% 이상 싸다. 정부가 혁신도시를 활성화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국민주택 규모의 아파트 택지를 값싸게 공급하는 혜택을 받은 것이다. 같은 혁신도시에서도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아파트의 부지는 3.3 m²당 260만~290만원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주시민들은 혁신도시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의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보다 저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두 아파트의 분양가 적정선을 3.3㎡당 580만원 수준으로 분석한다. 부지 매입가격(3.3㎡당 132만원)을 용적률(165%)로 나눈 80만원과 표준건축비 400만원, 미분양 대비 리스크 비용 1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혁신도시에 건립하는 83~84㎡의 보금자리 아파트 656가구를 최근 565만~575만원에 분양했다.

 이미숙 전주시의원(효자 4동)은 “부지를 다른 아파트의 절반도 안 되는 값에 구입하고도 분양가는 다른 아파트와 비슷하게 받는다면 폭리”라며 “공급가를 600만원 이하로 낮춰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전주시 송천동에 짓는 84m²의 아파트를 675만원에 분양한 한라비발디의 경우 부지를 우미건설·호반건설보다 88만원이 비싼 220만원 대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민 전주시 주택과장은 “분양가가 적정하게 결정될 수 있도록 건설업체들과 협의, 조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땅값뿐 아니라 세금·금융비용과 연약 지반 보강 공사비용 등을 고려해 분양가를 적정하게 결정할 계획이다”며 “국민들의 주거 복지를 위해 부지를 자체적으로 조성해 아파트를 짓는 LH와는 기본적인 출발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분양가 심의위원회=아파트 분양가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다. 대학교수·변호사·감정평가사·회계사·건축사·공무원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건설사의 청약자 모집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10일 이내에 결정한다. 전주시의회는 다음달 6일 혁신도시 아파트분양가 공청회를 열 계획이며, 분양가 심의를 그 이후에 열도록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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