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정승 오른 척추장애 허조, 조선엔 장애 차별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정창권 지음, 글항아리
568쪽, 2만9800원

과문한 탓인지 우리나라 역사 속 장애인 하면 심청의 아버지 심봉사 정도만 알고 있었다. 장애인이 잔질·폐질·독질자 등으로 불렸으며 그 기록이 고대 삼국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구하단 걸 몰랐다. 그들이 점복가·독경사·악공 등의 직업을 갖고 비교적 자율적으로 살았던 데다, 조선 전기 땐 시각장애인 독경사 단체 ‘명통시’란 게 활성화되기도 했단 걸 이번에 알았다.

 ‘사료와 함께 읽는 장애인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자의 2005년 저서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의 후속 및 완결 격이다. 2000여 년 한국사의 역사·문학·법률·풍속 등에 나타난 장애인 관련 기록을 죄다 수집하고 간략한 해제를 붙였다. 전근대 시대에 장애란 과연 어떻게 인식됐는지, 유형별 분류와 함께 관련 정책을 훑었다.

 저자는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근대에 와서 두드러졌다고 주장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척추장애를 갖고도 정승이 된 허조의 예에서 보듯 능력을 우선했다는 것이다. 부역과 잡역을 면제해주는 등 복지정책도 선진적이었다고 한다. 다만 안질로 고생한 세종을 시각장애로 분류하는 등 지나치게 폭넓은 장애인 범주화는 읽는 이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아쉽다. 관련 사료를 최대한 소개하려는 의욕으로 이해해야 할 듯싶다.

강혜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