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존 브루턴 전 아일랜드 총리 “ECB가 시장에 무한 유동성 공급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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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가는 유로존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존 브루턴(사진) 아일랜드 전 총리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열린 ‘금융투자교육원 신축기념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미흡했던 부분”이라며 “ECB가 시장에 무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ECB가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 최선인가.

 “ECB가 시장에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다만 해결책을 찾을 시간을 버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악화돼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개혁을 통해 효율적인 경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일랜드는 유로존에서 두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았다.

 “아일랜드의 경우 민간의 붕괴가 정부의 부담으로 옮겨온 경우다. 2003∼2006년 아일랜드는 세계 역사상 주택 거품이 가장 심각한 국가였다. 해외 은행에서 유입된 자금이 모두 주택 대출로 나가며 주택 가격이 치솟았다. 이 돈이 빠져나가면서 건설산업이 무너지고 은행의 붕괴로 이어졌다. 정부가 이를 구제하기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

 -구제금융 모범국가로 여겨지던 아일랜드가 긴축정책에 따른 내수감소로 다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는 얘기도 있다. 긴축정책이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안인가.

 “긴축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고 임금이 낮아지는 등 부정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긴축을 통해 국가 부채를 줄이는 것은 결국 아일랜드의 국가신뢰도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더 미뤘다 긴축정책을 시행하게 되면 긴축의 규모만 더 커질 것이다.”

 - 그리스 등 유로존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스는 그 본질이나 규모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아일랜드와는 다르다. 그리스는 소규모 수출경제다. 그럼에도 정부에 높은 수준의 삶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이자를 제외한 기초 재정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주택시장의 거품이 문제가 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문제의 원인이 다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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