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4년7개월 만에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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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22일 오후 전격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표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이 본회의장 의장석 앞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뒤 최루가스를 정의화 부의장에게 뿌리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22일 국회에서 전격 처리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4월, 협상이 타결된 이후 4년7개월 만이다. 입법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한·미 FTA가 양국에서 발효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기습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재적의원 295명 중 170명이 참석했고 이 중 찬성이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이었다. 표결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이회창 전 대표를 포함한 자유선진당 의원 7명도 참여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본회의장 맞은편의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예산 의원총회’를 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3시 지도부의 전격적인 단독 처리 방침에 따라 곧장 본회의실에 입장해 비준안을 처리했다.

뒤늦게 본회의장에 도착한 야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재적 과반을 채우고 박희태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면서 FTA 비준안은 본회의 시작 4분 만에 통과됐다. 김기현 대변인은 “국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안 등 비준안 처리에 따른 FTA 이행법안 14개도 통과시켰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비준안 통과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이 정권이 다시 쿠데타를 저질렀다”며 “한나라당에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한·미 FTA의 무효를 선언하고 무효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 등 향후 국회 일정을 중단하고 투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정국 경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은 본회의 개의 직전인 4시8분, 회의장 발언대에서 미리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들어온 최루탄을 꺼내 터뜨렸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이 터진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김 의원은 곧바로 경위들에 의해 격리됐다. 한나라당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김 의원이 의회 민주주의를 무시한 것은 물론 국민을 향해 최루탄을 던지는 테러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 간의 몸싸움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한·미 FTA 비준 동의안 통과가 우리 경제사의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하면서 일제히 환영했다. 반면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5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집회를 하고 한나라당 주도의 표결 처리를 규탄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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