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못 갚는다더니 … 성남시, 또 1조 빌려 아파트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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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재명 성남시장

지난해 판교신도시 분양대금(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중 5400억원을 끌어다 쓴 뒤 이를 갚지 못하겠다며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던 경기도 성남시가 2014년까지 1조원대의 빚을 새로 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명목도 아파트 개발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 분양이 안 될 경우 성남시가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성남시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1조353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내용의 ‘2011~2015 중기지방재정계획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설사업과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에 각각 3400억원, 4526억원을 쓰기 위해서다. 나머지 2427억원은 갚지 못한 판교신도시 분양대금 상환과 공원로 확장, 구미동 송전선로 지중화사업 등에 쓰인다.

이 중 분양대금 상환비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공동 관리하는 판교신도시 이익금에서 미리 끌어다 쓴 돈을 갚는 것이다. 전임 이대엽 시장 시절 성남시는 이 돈을 끌어다 호화 시청사 등을 짓는 등 일반예산으로 썼다. 그러자 지난해 7월 새로 취임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를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성남시가 새로 빚을 내려는 것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이다. 지난 3월 성남시가 국토해양부로부터 사업권을 확보했다. 시는 지방채를 포함해 5596억원을 투입해 아파트 1137가구를 지어 분양할 계획이다. 성남시는 분양가를 3.3㎡당 1500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가구당 8900여만원씩 모두 1017억원의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성남시의 기대와 다르게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국토부가 권고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는 3.3㎡당 1280만원 수준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47억원의 적자가 난다. 박완정 성남시의원은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빚을 내 아파트를 짓고, 그 수익으로 빚을 갚겠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도박”이라고 말했다. 박 시의원은 “1조원은 성남시의 1년치 가용재원(2500억원)의 네 배”라며 “빚내 잔치하고 빚 갚는 설거지는 차기 시장이 떠맡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학상 성남시 홍보담당관은 “위례신도시와 가까운 성남 여수지구의 경우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3.3㎡당 1100만원대이고 일반아파트는 1550만원 수준”이라며 “이보다 서울과 접근성이 좋은 위례신도시 분양가는 3.3㎡당 1500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유길용 기자

◆모라토리엄(지불유예)=채무 상환을 일시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빚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채무불이행)와는 다르다. 성남시는 지난해 7월 판교신도시 분양대금 등을 따로 관리하는 계정인 판교특별회계에서 성남시의 일반사업 추진을 위해 빌려 온 5400억원을 당장 갚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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