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쿠데타 세력, 인질 9명 석방

중앙일보

입력

피지 국회의사당에서 6주 넘게 전직 총리 등 27명을 인질로 억 류해 왔던 쿠데타 세력이 12일 새벽(현지 시간)
인질 가운데 9명을 석방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9명의 인질이 적십자사를 통한 신병인도 형식으로 풀려난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석방자 가운데는 인도계 의원 전부와 아난드 싱 법무장관이 포함돼 있으며 마헨드라 초드리 전 총리와 그의 아들은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다.

쿠데타 지도자 조지 스파이트의 대변인은 인질들이 일부만 석방된 데 대해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고 본다. 인질들을 한꺼번에 석방하면 의사당 밖에서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질 석방은 지난 9일 스파이트와 군부가 인질극을 끝내기로 합의한 뒤 사흘만에 성사됐다. 이 합의에 따르면 인질들은 13일까지 모두 석방될 예정이다.

한편 인질 석방 수 시간 전 쿠데타를 지지하는 세력이 인질극 이후 처음으로 터틀 아일랜드내에 있는 외국인 소유 재산을 습격했다.

습격당한 장소는 미국인 소유지이며 지난 49년 영화 '블루 라군'을 촬영하기도 했던 해변 휴양지로, 습격 당시 휴양지에 머물고 있던 미국인 15명 등 40명의 관광객은 얼마 후 피지에서 가장 큰 섬인 비티 레부섬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소유주인 미국인 리처드 에번슨은 아직 억류돼 있다.

현지에서는 휴양지를 습격한 세력이 비티 레부섬 북서쪽 해변에 있는 조그만 섬 야와와의 주민들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야와와섬 주민들은 최근 수년간 터틀 아일랜드 소유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여 왔다.

야와와 주민인 마비 라툴레부는 '에번슨씨를 당분간 감시할 것'이라면서 '만족할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휴양지를 1주일간 점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수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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