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리취해온 제약사들 기부러시도 '눈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나치게 높은 에이즈 치료제 가격이 에이즈 치료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 제약사들이 에이즈가 만연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약품과 자금을 기부하겠다고 잇따라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와 에이즈 운동가들은 이에 대해 에이즈 치료제의 높은 가격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HIV/AIDS 치료 대중운동''의 샤론 에캄바람은 "우리는 무상원조나 공짜 약을 원하는 게 아니라 약품의 가격인하를 원한다"고 말했다.세계적 제약사인 머크사(社)는 10일 성인의 36%가 에이즈에 감염된 보츠와나의 에이즈 치료를 위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과 함께 1억 달러의 약품과 자금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게이츠재단이 보츠와나 보건시스템 강화를 위해 5년간 5천만 달러를 기부하고 머크사는 이 프로그램 관리와 값비싼 에이즈 치료제 기증을 통해 5천만 달러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독일 제약회사인 베링거 잉겔하임도 에이즈 바이러스(HIV)가 어머니로부터 자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약품인 `네비라핀''을 앞으로 5년간 개발도상국에 무상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머크사와 베링거 잉겔하임은 또 11일 에이즈 약품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아프리카 및 다른 가난한 지역 정부와 협력할 것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에이즈 운동가들은 "이 약속이 어떻게 실현될 지 아직 미지수"라며 아프리카의 2천450만 HIV 감염자들은 계속 고통받으며 죽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AIDS 감염 사실을 밝힌 남아공 고등법원의 에드윈 캐머론은 불공정하고 비도덕적인 약품 가격과 국제특허법을 비난하며 제약사들에게 즉시 약품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을 촉구했다. 다른 운동가들도 제약사의 제안을 비난을 피하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머크사의 제프리 터치오 대변인은 "우리는 약속을 실천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약품의 고가격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사 제안을 옹호하고 나섰다. 제 13회 국제 에이즈회의에서는 정치적 배경이 다른 많은 참가자들이 한결같이 값싼 에이즈 치료제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위니 마디키젤라-만델라 아프리가민족회의(ANC) 여성연맹 의장은 "에이즈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약품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에이즈와의 전쟁은 제약회사와의 싸움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