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경제 전도사 된 21명의 ‘고교생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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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만년고 C.E&A(세나) 회원들이 18일 오후 오정중학교를 방문, 학생들에게 경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서바이벌 의자게임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8일 오후 2시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오정중학교 도서실. 대전 만년고 학생 11명이 경제교육 멘토로 나섰다. 만년고 경제·시사 동아리 ‘C.E&A(세나·Club of Economy & Affairs)’ 학생들이다. 1학년 6명, 2학년 4명, 3학년 1명이다.

 멘토링 대상은 오정중 3학년 학생 36명. 멘토링 첫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의자 게임’이었다. 중학생 6∼10명씩 조를 편성, 고교생들의 진행에 따라 의자 주의를 돌다가 앉는 게임이다. 중학생 각 조별 인원보다 의자 수는 1∼2개씩 적다. 중학생들은 고교생의 구령에 따라 의자 주위를 1∼2분 돈다. 그런 다음 갑자기 “멈춰”라고 외치면 의자에 재빨리 앉는다. 의자에 앉지 못한 학생은 탈락한다.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게임은 계속됐다.

 서바이벌 게임으로 풀어낸 경제 이야기 주제는 ‘재화(財貨)의 희소성. 게임이 끝난 뒤 고교생 멘토의 강의가 이어졌다. 만년고 곽누리(17·2학년) 양은 “의자 개수(재화)는 제한돼 있는데 앉으려는 사람(수요)은 많다는 것을 알았지”라며 “이처럼 인간의 욕구에 비해 자원에 한계가 있는 걸 재화의 희소성이라고 한다” 고 설명했다. 중학생들은 “와, 경제가 어려운 게 아니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CENA는 만년고 학생들이 올해 2월에 자발적으로 만든 학습동아리. 안재원(18·3학년)동아리 회장은 “평소 딱딱하게 생각되는 경제 공부를 친구들과 함께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동아리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동아리 회원은 21명이다. 1학년(8명)학생부터 3학년(8명)까지 고르게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주 신문과 잡지 등을 읽고 함께 공부할 경제 이슈를 정한다. 매주 목요일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2시간 동안 각자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토론을 한다. 동아리 학생들은 5월에 교내 금융백일장 대회를 열기도 했다. 금융을 주제로 한 글쓰기 대회다.

 동아리 학생들은 지금까지 1년 가까이 쌓아온 경제 지식을 중학교 후배 학생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어 멘토로 나섰다. 이날 2시간 동안 계속된 경제 멘토링에서는 의자게임에 이어 스피드퀴즈도 벌였다. 말이나 몸짓으로 설명을 해 경제 시사 상식을 이해하는 게임이다. ‘M&A’ 등 경제 용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등 어려운 문제도 출제됐다. 멘토교육에 참가한 오정중 3학년 이은비(15·여) 학생은 “언니·오빠 들이 경제상식을 재미있게 가르쳐 주니 머릿속에 쏙 들어왔다”며 활짝 웃었다. 소셜네트워크(SNS)를, 감성마케팅, 시각적 마케팅 분야 강의도 이어졌다. 사진과 영상자료까지 동원해 알기 쉽게 설명했다. 고교생들은 “공부는 물론 취미생활도 소홀히 하지 마라”는 당부로 멘토링을 마쳤다.

 안재원 군은 “다음달에 전교생 대상으로 교내 경제 퀴즈대회와 경제 캠프를 열 계획”이라며 “일상생활에 가장 핵심 분야인 경제를 후배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글=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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