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사랑에 빠지면 세로토닌 수치 낮아져 상대에 집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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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뇌는 다르다. fMRI(func 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를 통해 뇌의 움직임을 연속적으로 촬영하면 확인할 수 있다. 헬렌 피셔도 이런 실험을 했다. 열정적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무의미한 정보와 연인의 사진을 번갈아 보여주었다. 연인의 사진을 보았을 때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어 반짝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은 뇌가 정욕·애정·애착 중에서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정욕의 강도는 남녀 모두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을수록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낭만적 사랑은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의 높은 수치, 세로토닌의 낮은 수치와 관련 있다. 도파민은 사랑에 빠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약물·도박 등에 중독된 사람들의 뇌에서도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 역시 일종의 중독상태인 셈이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수치가 높아지면 과도한 흥분·불면증·식욕상실 등을 낳는다. 사랑에 빠진 이들이 밤잠을 설치거나 입맛을 잃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반면 낭만적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세로토닌의 수치는 낮게 나타났다. 강박장애환자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창 사랑에 빠진 이들이 상대방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애착은 옥시토신·바소프레신과 관련이 있다. 수컷 들쥐에게 바소프레신을 주사하면 영역 확보에 힘쓰고 암컷에 대한 소유욕을 보인 반면 바소프레신을 차단하면 교미 후 곧 암컷을 버리고 다른 암컷을 찾는 모습을 보인다.

각각의 신경전달물질은 정욕·애정·애착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바소프레신·옥시토신은 성관계에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 각각 남성·여성에게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성관계 이후 애착의 감정이 강화된다고 주장할 만한 근거다. 도파민은 수치가 높아지면 테스토스테론의 방출을 자극한다. 낭만적 사랑이 정욕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뇌의 화학물질들이 벌이는 사랑의 방정식은 단순하지 않다. 테스토스테론은 바소프레신·옥시토신의 수치를 높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낮추기도 한다. 정욕이 애착을, 애착이 정욕을 서로 낳을 수도 있지만 서로를 감소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얘기다.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은 남성은 대체로 결혼·이혼 모두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하기는 낭만적 사랑과 애착의 화학작용도 마찬가지다. 뇌 속의 화학물질은 사랑의 묘약 노릇을 할 수도 있지만, 실험실에서 이를 제조하기란 쉽지 않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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