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체 경수로 건설능력 입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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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이 영변 핵시설 단지 내에 건설 중인 경수로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지난 3일 영변 핵 시설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한 경수로의 외벽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며 “돔 형태의 경수로 지붕도 공사 현장에 놓여 있는 만큼 원자로는 6~12개월 내 완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과거 대북 핵 협상에 참여했던 미국 핵 전문가 조엘 위트의 분석을 인용한 것이다.

 또 “아직 원자로 핵심 부품들이 내부에 장착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기중기가 현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머지않아 핵심 공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P는 이 경수로가 25~30MW 규모로 추정되며, 정상가동을 위한 제어 설비·전기 배선 등 세부 장치의 마무리까지는 2~3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WP는 또 “핵 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경수로 폐연료의 재처리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이 경수로가 완공될 경우 북한은 핵 개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이란과 유사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영변 핵시설에서 매년 1~2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핵 과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북한 영변 핵 시설을 방문했을 당시 영변 경수로 신축 현장에 지름 7m 크기의 구덩이와 콘크리트 기초만이 있었다”며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원자로 격납용기를 설치할 만큼 공사가 진척됐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자체 경수로 건설 능력도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만일의 원전 사고에 대한 대비와 방사능 물질의 확산에 따른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주변국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경수로가 하천 인근에 건설되고 있지만 영변 지역 하천이 겨울에는 얼어붙는 만큼 원자로에 필요한 냉각수 공급 방법도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최근 “북한 당국이 건설하고 있는 새로운 경수로를 곧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내년 김일성 전 주석의 탄생 100주년에 맞춰 새 경수로를 완공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지난 사진들과 비교했을 때 공사가 일부 진전된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원자력 선진국들도 최소 5년이 걸리는 경수로 건설을 북한이 2~3년 내에 완공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은 “북한이 회담 전 우라늄 농축시설을 폐기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와 “전제 조건 없는 회담 재개”라는 북한의 입장이 맞서 회담재개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익재·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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