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량 급증, 부동산 바닥 찍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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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이 지난달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아파트 거래량은 크게 늘면서 부동산 경기 바닥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5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51㎡ 1층은 10월에 7억7500만원에 계약됐다. 바로 같은 1층이 9월 8억7500만원에 팔린 것에 비해 1억원이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7㎡도 9월에는 10억4400만~10억6500만원에 거래가가 형성됐던 것이 10월 들어 3000만~4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특히 이 아파트 10층은 9억8500만원에 팔리며 심리적 저항선인 ‘10억원’이 무너졌다.

 서울 개포동 동명공인 이형관 대표는 “해외 경제 불안에, 박원순 시장 당선에 따른 재건축 사업 지연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재건축 시장의 흐름이 좋지 않다 보니 전반적으로 저가 매물만 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10월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4만84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2%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이 1만7846건으로 지난해보다 43.9%나 급증했다. 최근 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각각 12.7%, 25.5%씩 늘었다. 아파트 거래량은 일반적으로 주택경기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부동산 리서치회사인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빨리 거래되는 등 시장 자체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당장은 아니지만 거래량이 점점 늘면서 부동산 시장도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팀장은 “전셋값 상승에 따라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이전하면서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라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바닥 다지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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