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가을의 끝자락 … “위대한 자연에서 삶의 지혜 배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어느새 11월 중순. 10월 마지막 밤에 ‘오늘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흥얼거린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났다. 가수 이용이 히트시킨 이 노래는 오카리나 3중주로 연주하면 가슴이 아련해 지며 감상에 젖게 된다.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고 낙엽을 밟으면 모두 시인이 된다고 한다. 잊었던 감성을 되살리는 특효약이 낙엽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거실에서 창 밖을 바라보면 가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5월 그 파랗던 잔디에 앉아 작은 음악회를 감상하던 때가 얼마 전이었는데 벌써 누렇게 변했다. 마을 도로와 경계를 이루는 키 1m 정도의 파라칸사스 열매가 마치 꽃과 같이 탐스럽다. 빨간색 경연에 뒤질세라 단풍나무, 화살나무, 그리고 일년초인 천일홍까지 모두 화려한 빨간 옷으로 갈아 입었다. 추위에 약한 천일홍은 큰 박스에 담아 식탁 옆 햇빛 잘 드는 곳에 옮겨 놓고 겨우내 빨간 꽃을 감상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지난해 큰아들 결혼 기념으로 심은 감나무는 대여섯 개 달린 감을 호위하듯 주황색을 뽐내고 있다. 키가 4m나 되는 마로니에는 은행나무와 노란색을 뽐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듬직하게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3총사가 있으니 소나무, 향나무, 주목이다.

 며칠 전에는 벼를 벤 그루터기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그 서리에 싱싱하던 파란 풀이 검붉은 색으로 변하며 죽어가는 것을 보며 새삼 추상(秋霜)의 무서움을 느꼈다. 자연은 이와 같이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옷을 벗고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는 춥다고 두툼한 옷을 챙긴다. 우리는 위대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때 지난 10월의 마지막 밤을 다시 흥얼거리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