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뿌리를 정확히 내려야 행복한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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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소정

입학사정관제라는 열풍이 분지도 몇 년이 지났다. 수도권의 학생, 학부모는 정보를 다양하고 깊숙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막연하게나마 입학사정관제라는 용어만 익숙할 뿐이다.

내신에서 배점이 높은 서술형 문제는 학생들은 피부로 느끼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에 덧붙여 앞으로 국가영어능력평가(NEAT)가 시행될 것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듯 쏟아지는 과거-현재-미래의 교육정책이 뒤범벅이 되어 학부모, 학생의 현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정상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변화의 뿌리를 알면 노력할 길이 보이지 않을까? 이 모든 교육정책 변화의 뿌리는 설득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려는 것이다.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설득력이 있어야 앞으로의 우리나라, 더 나아가 인류가 당면한 환경, 문화,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나오기 때문이다.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설득력은 사람이 교육을 통해서 언어를 배워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그 첫째 단계는 말과 글에 익숙해야 한다. 자연스러운 익숙함은 글보다 말이 당연히 앞서야 하고 거창한 내용을 담기보다는 간단한 주변의 상황이나 자신의 상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 이러한 순서는 외국어를 익힐 때 특히 중요하다.

단순한 문장을 오랜 생각 없이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첫 단추가 채워져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정도까지의 외국어 학습에서 필수적으로 몰입식 영어학습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또 사실에 기초한 아카데믹한 정답식 언어학습 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해서 여러 가지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읽기, 말하기, 쓰기가 이 시기에 중요하다.

자기표현에 틀리더라도 주저함이 없이 내뱉는 단계를 경험한 후에 닦아야 하는 것이 논리력이다. 말과 글이 길어지면서 논리가 없으면 한 차원 높은 설득력이 없어진다. 논리는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제시하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하지만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실정이다.

그래서 이상적인 독서론으로 학생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시시하게 보이더라도 자신이 관심 있는 대상을 선택해서 그에 관한 내용을 수집하고 자신의 말과 글로 정리하는 과정 속에서 논리력이 쌓이게 된다.

설득력 있는 말과 글의 최종 단계는 감동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공감은 경험한 내용을 솔직하게 정리해 냈을 때 일어난다. 예를 들어 영화 하나를 보고 느낀 점이 있어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있었다든가 누군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이루었다는 등의 경험을 자연스러운 논리로 표현한다면 상대방의 커다란 감동을 일으킬 수 있다.

언어(면접)나 외국어 학습(NEAT)에서 강조되는 표현능력을 늘리려면 일단 양으로 많이 말하고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다음에 지식과 연결 지어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것이 설득력 있는 인재로 자라나는 길이다. 여기에 진실이 담긴 체험을 덧붙인다면 입학사정관도 감동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러스트=박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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