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왕 3인의 비법 … 차 좌우·앞뒤 균형 맞춰 연비 3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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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오르내린 지 오래다. 고유가 시대에도 꼭 차를 몰아야 하는 많은 운전자는 어떻게 기름값을 아낄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있다. 해법은 있다. 적은 기름으로 많은 거리를 주행하는 고연비 주행 습관을 익히는 것.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이 주최한 연비 높이기 이벤트에서 베스트 드라이버로 뽑힌 3인의 ‘연비왕’을 만났다. 이들이 직접 모는 차에 동승해 연료 절약의 비법을 알아봤다. 한 입상자는 연비 향상을 위해 사이드 미러를 접고 다니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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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현 -“넓은 시야로 주변과 신호 살피세요.”

 지난달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왕 대회(서울·경기)에서 우승한 김정현(28)씨는 브레이크를 헛되이 밟는 법이 없다. 그는 앞차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고, 멀리 있는 신호등까지 살피며 운전했다. “넓은 시야로 주변 차량과 신호를 보며 속력을 조절합니다. 불필요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연료가 더 나갑니다.”

 대회 때 기록은 22.4km/L.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공식 연비가 21.0㎞/L이고, 일반인의 평균 연비가 16㎞/L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여 차량을 가볍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차체에 붙은 흙먼지도 연비에 영향을 미치기에 차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합니다. 창문을 자주 열고 닫지 않는 것도 연비를 높이는 비법이죠.”

 그의 차량은 생각보다 단출했다. 그 흔한 내비게이션도 없었다. “전국 구석구석을 다녀 모르는 지리가 없어요. 내비게이션이 안내해 주지 않아도 적은 기름으로 더 빨리 갈 수 있는 ‘직감’을 터득한 거죠.”

 #정기운 -“가속페달 20단계 나눠 밟아 보세요.”

 정기운(35)씨의 푸조 308SW 2.0 HDi(공인연비 15.6㎞/L)는 미끄러지듯이 자유로를 달렸다. 정씨는 “운전자들이 가속페달을 무심코 밟고 떼는데 연비가 좋게 나올 수 없다”며 “페달을 20단계로 나눠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언덕에선 페달을 살짝 밟아 ‘탄력주행’을 하고, 평지나 내리막에서는 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뗀다. 적정 속도를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푸조가 실시한 연비 마라톤 대회에서 30.3㎞/L의 고연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일반적 상식과 달리 그는 차내 무게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뒷좌석과 스페어타이어를 떼고 운전도 해봤다. 별 효과가 없었다. 대신 차량의 좌우, 앞뒤의 균형을 맞췄다. 30%가량 연비 개선 효과를 봤다. 실제로 정씨의 차 트렁크에는 농구공, 테니스 라켓, 우산, 세차용품 같은 것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운전석에서 내리던 그를 보니 바닥이 얇은 운전 전용 신발을 신고 있었다. 그는 “가벼운 신발로 가속 페달을 효율적으로 밟는 것도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귀띔했다.

 #김성경 -“오르막·내리막에서 탄력 주행하세요.”

 김성경(30)씨는 지난달 14~24일 도요타 프리우스 무상 렌털 이벤트에서 ‘연비왕’에 뽑혔다. 그는 가족 4명을 태우고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그의 기록은 26.3㎞/L. 참가자 100명 중 가장 높았다. 프리우스의 공인 연비 29.2㎞/L에는 못 미쳤지만, 경쟁으로 의식하지 않고 평소대로 운전한 걸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비법으로 ‘탄력 주행’과 ‘인내심’을 꼽았다. “내리막은 물론 오르막길에서도 가속력을 잃지 않고 기존에 받은 탄력을 이용해 주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급가속과 급제동을 하지 않습니다. 직선도로에서 필요 이상으로 속력을 내지 않는 인내심도 필요하죠.”

 그는 기자와 동승한 상황에서 차선을 거의 변경하지 않았고, 계기판을 수시로 확인하며 연비를 체크했다. 그는 부모의 ‘잔소리’ 덕분에 침착해졌다고 했다. “16살에 호주 시드니에서 처음 운전했는데 시범 면허증이라 2년간 부모와 동승해야 했죠. 급가속하면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죠.”

강병철·채승기·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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