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0여 가구의 대단지로 시가총액이 4조4000여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아파트가 재건축 윤곽을 드러낸다.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하지만 주민들이 구청의 재건축 계획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계획이 달라질 수 있다. 일부 주민이 이날 구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구청은 공람 연기와 재건축 계획 변경을 검토키로 했다. 주택형·가구수·임대주택 등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강남구청은 18일부터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에 대해 주민공람에 들어간다고 14일 밝혔다. 1999년 재건축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지난해 8월 발주된 재건축 계획 수립 용역을 거쳐 마련된 구청의 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102~112㎡형(이하 공급면적) 4424가구가 49~135㎡형 5598가구로 다시 지어진다. 49㎡형 1008가구는 임대주택이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은 166가구다.
주민들의 기존 주택 크기가 8~23㎡ 더 커진다. 집이 넓어지면서 14층이던 최고 층수가 49층으로 올라가며 초고층화한다.
강남구청 안대로 재건축할 경우 주민들이 내야 하는 추가부담금은 가구당 3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존 102㎡형이 114㎡형을 배정받는 데 2억3000만원, 112㎡형이 135㎡형으로 가는 데 4억1000만원이 필요하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주변 아파트값이 많이 오르면 일반분양 수입이 늘기 때문에 추가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서울공인 최충현 사장은 “대치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의 하나인 센트레빌 시세와 비교하면 지금 투자해도 1억~2억원 정도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마 재건축이 가라앉은 재건축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워낙 덩치가 큰 재건축 선두주자여서 사업 활기로 은마 시세가 꿈틀대면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치동 부동산센스공인 강희구 사장은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새 서울시장이 후보시절부터 재건축에 대해서 부정적이라 수요가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은마 재건축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구청의 이번 계획에 대한 주민 반발이 크다. 이정돈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일대일 방식이나 용적률이 높은 역세권 개발 등을 고려하고 있는데 주민과 상의 없이 시프트를 1000가구 넘게 배정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구청 계획안은 상가를 포함해 재건축 계획을 세웠지만 상가 주인들과 아파트 주인들 간 재건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남아있다.
49층 초고층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서울시는 한강변에서 사업부지의 25% 이상을 기부채납(공공용지로 무상 제공)하는 조건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마의 기부채납 비율은 10%다. 강남구 개포지구 재건축 단지들도 당초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세웠으나 서울시의 반대에 부딪혀 최고 35층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최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