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알려진 PC 상식-1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해킹도 없었을까? 사실 바이러스나 해커는 이미 오래 전부터 활동해왔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잘못 알려진 PC 상식을 꼼꼼히 짚어본다.

병렬처리는 모든 면에서 직렬처리 컴퓨터보다 우수하다?

흔히 CPU가 한 개인 PC는 직렬처리 또는 폰노이만 방식이라고도 부른다. 직렬처리 방식은 ''폰노이만 장애''라고 불리는 병목현상이 단점이다. 폰노이만 장애란 여러 데이터를 순서대로 처리할 때 생기는 병목현상을 일컫는 말로 데이터의 양은 엄청나게 많은데 비해 CPU는 한 개인 탓에 먼저 수행한 연산이 끝날 때까지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것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계산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방식인 병렬처리 방식을 개발했다. 병렬처리 방식을 이용한 컴퓨터는 독립된 형태로 수행하는 기억장치를 갖춘 수십만 개의 연산 처리기로 이루어져 있다.

직렬처리 컴퓨터가 픽셀 24만5천760 개를 계산하는데 3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병렬처리 컴퓨터는 무려 6천 배가 빠른 2천 분의 1초만에 작업을 끝낸다. 이렇게 병렬처리 방식은 여러 개의 연산 처리기가 동시에 계산하기 때문에 직렬처리 방식에 비해 놀라운 처리 속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병렬처리 컴퓨터는 직렬처리 방식을 설계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연산 처리기의 숫자를 줄이는 대신 처리기 하나 하나의 성능을 높일 것인지, 혹은 처리기의 성능은 단순하게 하고 숫자를 늘릴 것인지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설계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어 병렬 컴퓨터는 값이 비싸고 대량 생산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다. 단순한 작업을 처리하는 일반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값에 비해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담장에 페인트를 칠할 때는 여러 명이 도와주면 좋지만 예술 작품을 만들 때는 아티스트 한 명이 작업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해킹은 인터넷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해커''라는 말은 원래 MIT 연구소에서 몰래 야간 작업을 하던 학생들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이들은 대학 컴퓨터 시스템의 시간을 조작해 가난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등 마치 의적 ''로빈훗''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1980년대 초에 해커가 자기 실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각종 범죄를 저질르는 등 무책임한 행동으로 세상의 비난을 받았다. 이 때부터 해커는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이런 불법적인 조작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놀이터(?)가 생기면서 훨씬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생기면서 해킹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스템의 불법 조작''은 존 맥스필드가 최초의 인물로 꼽힌다. 전자공학에 관심이 많았던 존 맥스필드는 이미 열 두살 때 돈들이지 않고 장거리 전화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폰 프리크''를 시작했다. 블랙 박스와 블루 박스 등을 만들어 모든 규격의 전화를 마음껏 이용하고 요금은 엉뚱한 사람이 물게 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화회사에 이런 문제점을 알려주고 비밀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엄청난 돈까지 거머쥐었다.

평범한 생활로 돌아왔지만 우연한 기회에 컴퓨터 통신 동호회의 시삽(SYSOP)을 맡으면서 다시 한번 실력을 발휘했다. 불법을 저지르는 해커를 고발해서 해당 회사로부터 돈을 받게 된 것이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존 맥스필드는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되었고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해킹이 범죄라는 사실을 절감한 그는 FBI와 함께 해커 소탕작전에 참여한다.

해커와의 전쟁은 전설적인 해커 ''케빈 미스틱''을 잡아넣은 시모무라 쓰토무의 일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시모무라는 현재 샌디에고 슈퍼컴퓨터 센터의 선임연구원이면서 FBI의 컴퓨터 기술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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