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급한 홍준표 … ‘원내지휘권’ 이양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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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가 중대 고비를 맞는 날은 15일이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방문 결과로 여야 사이에 어떤 돌파구가 열리면 비준안은 무난히 처리될 수 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비준안 강행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에서는 비준안 처리 강경파인 홍준표 대표가 협상파인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했던 걸 거두고 직접 지휘하러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13일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직접 야당 지도부에 비준안 처리를 당부하는데도 ‘한·미 FTA 저지’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 홍 대표가 황 원내대표에게 ‘원내지휘권’을 이양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전면에 나서 비준안 강행 처리를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 대표 측은 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준안을 우선 통과시키기 위해 협상파인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갖고 있는 ‘의사진행권’을 강경파인 유기준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에게 넘기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비준안의 외통위 통과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요구다.

 대표(당무)와 원내대표(국회 대책)의 권한이 분리돼 있는 한나라당에서 당 대표가 원내대표의 권한을 이양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까닭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협상파인 김진표 원내대표의 ‘선(先)비준’ 합의를 파기하는 등 협상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강경파는 얼마 전 의원총회에서 “FTA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을 거면 원내대표는 물러나야 한다”(고흥길·심재철 의원)는 목소리를 내며 황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한나라당에선 “설득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젠 단독으로라도 처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질지 모른다.

 협상파인 정태근 의원이 13일 ‘한·미 FTA 합의 처리와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을 주장하며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건 이런 상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국회가 국민의 의회로 거듭나고 대화와 타협의 의회 정치를 살리는 첫걸음이 FTA의 합의 비준”이라며 “단식에 동참하는 의원이 늘고 여야 8인 절충안에 서명하는 의원이 다수가 되면 새로운 의회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와 남 위원장, 이혜훈·정두언·김성식·김성태·김세연·이정현·주광덕 의원과 민주당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이 농성장을 방문해 정 의원을 격려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방문하는 15일은 굉장히 중요한 날이기에 협상이 성공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의 고민도 이해한다. 국익을 위해 FTA 비준안을 빨리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몸싸움 없이 타협의 의회정치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효식·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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