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짜리 아파트 장만해 온 남편, 2억 가져온 아내에 “5억만큼 잘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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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내가 7억원짜리 아파트를, 네가 현금 2억원을 가져왔으니 나한테 5억원어치만큼 잘하라”며 타박하던 남편이 아내에게 8000만원을 주고 이혼하게 됐다.

 A씨(44) 부부는 2008년 한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만났다. A씨 쪽에서 서울 압구정동의 7억원대 아파트를, 아내 B씨(35)가 현금 2억원을 가져오기로 하고 결혼했다. B씨는 모피코트, 명품 가방 등의 예물과 예단비 1억원도 건넸다.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 약 5000만원도 부담했다. 결혼 뒤 A씨는 “나한테 5억원어치만큼 잘해야 한다”며 집안일을 잘 못한다고 아내를 타박했다.

또 매일 시댁에 안부 전화를 하는 문제를 놓고 다툼이 심해졌다. 고부갈등도 있었다. 2억원을 받는 문제로 사돈과 다퉜던 시어머니가 “너를 보면 네 엄마가 생각나 징그럽다”고 말하자 B씨는 “남편은 마마보이”라고 받아쳤다. 결국 남편 A씨는 결혼 후 8개월 만에 “이혼하자”며 집을 나갔다.

부부의 이혼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직권으로 강제조정을 했다. “각자 받은 예물 등을 돌려주고 남편이 아내에게 5500만원을 주고 이혼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나 예물 반환을 하는 자리에서 A씨의 어머니가 “악어 가죽으로 만든 에르메스 백(1000만원 상당)만은 못 돌려준다”며 버티면서 양측이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법원의 판결을 받게 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 손왕석)는 “A씨가 아내에게 5000만원의 재산 분할과 함께 위자료 3000만원을 주고 이혼하라”고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남편이 충분한 노력 없이 이혼을 요구했고, 결혼 준비 과정과 결혼생활에 있어 모친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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