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 전면 무상급식” 서구청장 돌연 나선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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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성호

10일 대구시교육청 교육감실. 강성호(45) 대구 서구청장이 우동기 교육감을 찾았다. 강 구청장은 “급식비 33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내년도 서구지역 초·중학생 전원의 무상급식비 66억원 중 절반이다. 앞서 4일에는 김범일 대구시장을 찾아 같은 금액의 지원을 부탁했다. 김 시장은 “타 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강 구청장은 “자체 재원으로는 무상급식이 어려워 시와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궐선거를 통해 지난달 취임한 강 구청장이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초·중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일부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한다. 민주당 등 일부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이다. 선거 때 이를 공약한 적도 없다.

 그가 무상급식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 구청장은 교육환경 개선사업의 하나라고 말한다. 서구는 대구에서 가장 낙후한 곳으로 꼽힌다. 옛 도심지역이지만 개발이 지지부진해 주거 여건이 좋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인구도 크게 감소했다. 좋은 학교가 있는 수성구와 달서구로 옮겨간 사람이 많아서다. 서구 인구는 2000년 28만8722명에서 지난해 22만6394명으로 10년 만에 21.6% 감소했다. 재정자립도도 21.2%로 8개 구·군 중 세 번째로 낮다. 교육환경을 바꾸는 것이 서구를 살리는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강 구청장은 이런 주장도 내놓았다. 초·중 과정이 의무교육인 만큼 급식도 무상으로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의미의 무상급식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는 뜻에서 ‘의무급식’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구지역 초·중·고의 무상급식 인원은 6500여 명이다. 서구 전체 학생의 28.5%로 대구 전체 평균 17.7%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다른 분석도 있다. 저소득층의 ‘표심’을 겨냥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만큼 성사되지 않더라도 큰 부담이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취임 초부터 의욕적으로 일하는 모습도 보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도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난달 선거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갑자기 무상급식을 들고 나와서다. 이에 앞서 2010년 6월 서구청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는 초·중·고의 전면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김범일 대구시장 후보도 같은 공약을 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대구시나 시교육청에만 의지해서는 무상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재원이 없으면 허리띠를 졸라매 자체 예산이라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청 관계자는 “일부 야당 등의 주장에 동조하는 게 아니라 서구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구청장의 의지가 강해 어떤 식이든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무상급식=세금으로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대구는 2014년까지 소득이 낮은 가정의 초·중·고교생 40%에게 이를 시행할 방침이다. 현재 무상급식률은 17.7%다. 인천시 옹진군과 전남·전북 등 일부 지역만 전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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