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순항’ 230곳 몸값 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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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서울시내 450여 개 재개발·재건축 구역 중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곳은 절반인 230곳이다. 사진은 이미 착공돼 공사가 한창인 서울 동작구 흑석뉴타운 6구역 모습.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재개발·재건축이 위축될 것이란 불안감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전체가 침체되기보다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본다. 박 시장의 정책 방향이 ‘옥석 가리기’이기 때문이다. 사업 속도가 더딘 구역은 사업 축소나 백지화 가능성이 크지만 사업 진척이 빠른 곳은 오히려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 초기 단계인 구역들에서는 매물이 증가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서는 지난달 말 박 시장 취임 이후 호가(부르는 값)가 3000만원 이상씩 내렸다. 서대문구 홍은동 L공인 관계자는 “이제 막 구역 지정이 됐거나 사업이 멈춰 서 있는 곳에서는 ‘사업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뉴타운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241개 사업장 중 30% 정도인 70곳은 조합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에 별다른 진척이 없다 보니 백지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사업이 순항하는 지역들엔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입지 여건이 좋은 인기지역 위주로 투자처를 물색하던 투자자들이 주민 간 갈등 없이 사업이 제대로 되는 지역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티프라이빗뱅크 김일수 부동산팀장은 “서울은 재개발·재건축이 주요한 주택 공급원”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축소는 주택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축소나 백지화 걱정 없이 사업이 잘되는 사업장들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합을 설립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거나 구청으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사업 가속도가 붙은 구역들을 눈여겨보라고 말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 대상 지역으로 확정된 곳은 455곳(재개발 249곳, 재건축 206곳)이다. 이 중 절반가량인 230개 구역(재개발 150곳, 재건축 80곳)이 조합설립 인가 이상 단계다. 사업승인을 받고 착공을 앞둔 곳이 66곳, 착공에 들어간 곳은 43곳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는 생각지 못한 암초들이 많다”며 “현장을 방문해 사업 진행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분양단지에도 주택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 같다. 서울시내 아파트 분양 물량의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단지인데 앞으로 이들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연말까지 7개 구역에서 1800여 가구가 일반 분양될 예정이다. 주택 수요가 많은 인기지역들의 물량이 많다.

 현대건설은 동작구 동작동 정금마을 재건축 단지인 이수힐스테이트를 이달 분양한다. 당초 지난 7월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서울행정법원의 조합설립 무효 판결로 분양을 연기했다. 현대건설 이충현 분양소장은 “조합설립 당시의 하자를 보완해 정상적인 분양이 가능해졌다”며 “경기가 계속 불안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가격 부담을 최대한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과 가까운 성동구의 왕십리뉴타운과 금호동 일대에서 분양이 잇따른다.

 강남권에서 도곡동 진달래 1차 재건축 단지가 분양되는데 일반 분양분이 40여 가구로 많지는 않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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