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나이 모르고 겁 없이 뛰면 독약 의사 처방 받고 즐겁게 달리면 보약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4호 14면

마라톤은 장점이 많은 반면 부상 위험도 큰 스포츠다.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마라톤 유해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신체 능력을 잘 모르거나 과신하고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에게 들어본 마라톤의 득과 실

김연아 선수의 주치의인 나영무 강서솔병원 원장(재활치료 전문의)은 “마라톤은 오랜 시간 쉬지 않고 달리기 때문에 심장에 부담을 줄 수가 있다. 평소 부정맥 등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를 모르거나 무시하고 뛰다 보면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자칫하면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 원장은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하고 경기를 뛰는 과정에서 환경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상 위험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추운 날은 신체가 느끼는 스트레스 지수가 더 높아지고, 반면 여름철에 습도까지 높으면 땀 배출이 안 돼 고체온증이 발생하고 의식이 몽롱해지다가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경기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잤거나 식사를 제때 챙겨먹지 못했을 경우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세균성 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나 원장은 “장거리를 뛰다 보면 근육 내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고갈돼 피로 상태가 된다. 또 젖산이 쌓이면서 피로물질이 생성되는데 이는 노화를 촉진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마라톤이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인지 잘 알아보고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찬 을지의대 교수(운동생리학)도 “마라톤을 일반인에게 쉽게 추천해선 안 될 것”이라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도전할 경우 관절에 무리가 오고 에너지 고갈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특히 발목과 무릎 등 관절에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뛰는 행위는 두 발이 동시에 지면에서 떨어지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한 발만 땅에 먼저 닿았을 때 체중의 3~5배나 되는 하중이 관절·발목에 실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게 되면 3만~5만 번 정도 발을 땅에 딛게 되는데 그 충격이 발·발목·무릎·골반·허리 등에 쌓여 근육통·아킬레스건염·족저근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일반인이 마라톤을 즐기려면 날씨가 충분히 풀린 5월 정도에, 5㎞ 등 짧은 코스부터 시작하고 힘들면 뛰다가 걷다가 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뛰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운동”이라며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운동을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30대 후반~40대 초반 남성들이 ‘이제는 건강을 챙겨야지’ 하며 마라톤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동안 운동을 꾸준히 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심폐지구력·근력 등이 한창 때에 비해 떨어진 상태다. 따라서 이 나이대에 마라톤을 시작한다면 건강진단과 의사의 운동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성 박사는 조언했다.
성 박사는 또 “숨이 차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과운동증후군’이 나타날 경우 곧바로 운동을 멈추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록 욕심이나 순위 경쟁은 스스로를 망치는 독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라톤은 뛰고 난 뒤의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나웅칠 박사(재활의학)는 “결승점 통과 후 힘들다고 바로 서 버리면 급격하게 박동하던 심장에 갑자기 무리가 오고 근육에도 젖산이 쌓인다. 2∼3분 정도 천천히 걸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이나 미네랄워터를 마시며 수분을 보충해 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 체온이 뺏기는 걸 막아줘야 한다. 아킬레스건 뒤쪽 근육을 스트레칭해 주는 것도 필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