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스웨덴’ … 취업 거부 땐 실업수당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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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구직센터에서 구직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 담당자인 헬렌 도우라티는 “실업수당도 끊긴 장기 실직자는 별도의 집중적 프로그램으로 관리하며 인턴십이라도 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며 “사업주들도 심리적·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장기 실직자를 고용할 때 혜택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레인펠트 총리

지난 8월 28일 오전 10시 스웨덴 스톡홀름 번화가에 위치한 3층 건물의 구직센터. 주부 데니스 크루즈(37·여)는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인인 그는 2009년까지 이탈리아에서 살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남편을 따라 지난해 스웨덴으로 왔다. 그는 아들만 셋이다. 두 살, 네 살, 여섯 살이다. 유치원에서는 거의 무료로 아이들을 돌봐준다. 정부로부터 아동수당으로 매달 500달러가량을 받는다. 크루즈는 “이탈리아나 미국에 있었다면 일하기 힘들었겠지만 스웨덴에서는 애를 키우면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세금을 많이 내도 그만큼 혜택으로 돌려받는다”고 말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한다는 스웨덴 복지는 국내에 알려진 그 이상이다. 특히 여성이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 2009년 기준 스웨덴 여성 10명 중 8명(76.4%)이 경제활동에 참여했다. 그해 우리나라 여성은 절반(만 15~64세·53.9%)만 일을 했다. 그럼에도 스웨덴의 지난해 출산율은 1.98명으로 우리나라 출산율 1.22명을 훨씬 웃돈다. 아동수당은 이러한 출산율을 뒷받침하는 원천이다. 이 같은 고비용의 스웨덴 복지제도를 가능하게 한 것은 사회적으로 공유된 신뢰와 미래를 대비하는 실용주의 리더십이다. 국민은 정부를 신뢰해 기꺼이 고액의 세금을 부담했고, 정치인은 다양한 개혁을 시도해 경제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었다.

 2006년 집권한 중도보수연합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개혁을 단행했다. 레인펠트(46) 총리가 주도하고 있다. 개혁의 캐치프레이즈는 ‘일하는 스웨덴’이다. 각종 복지제도에 기대 노동을 기피하는 사람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실업수당은 실직 전 급여의 80%에서 65~70%로 줄였다. 실업 중 일자리 제의를 받으면 두 번째는 반드시 응하도록 하고 거절하면 실업수당을 삭감했다.

 이러한 개혁은 지난해 9월 선거에서 중도보수연합이 재선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이때 조용하면서도 소통능력이 탁월한 레인펠트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2003년 온건당 당수에 오른 뒤 사회민주당이 기초를 닦은 복지국가 모델을 계승하고, 소득세 인하를 통해 중산층 지지를 확보했다. 복지정책의 후퇴를 두려워하는 국민과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국민을 모두 안심시켰다.

 미래를 대비한 실용적 정책은 연금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연금제도 개혁은 고령화와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됐고, 98년 새로운 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미래 세대 부담 완화와 재정 안정을 위해 적자가 생기면 자동으로 연금액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최소보장연금’을 지급했다.

스톡홀름=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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