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청 무허가 건물 단속 '솜방망이'

중앙일보

입력

서울 종로구 창신동 2층짜리 양옥. 1996년 옥상에 무허가로 창고를 지었으나 한차례도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 집주인은 창고에 운동시설까지 들여놓았다.

공장이 밀집해 있는 구로구 구로동. 공장들 마다 구내 곳곳에 무허가 건물이 난립하고 자재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지만 구청측은 정비에 손을 놓고있다.

서울시내 25개 구청들의 무허가 건물 단속이 솜방망이다. 95년 7월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출범한 이후 무허가 건물에 대한 강제 철거율이 종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선 구청장들이 표(票)를 의식해 지나치게 봐주기 행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모두 2만8천7백7채의 무허가 건축물을 적발해 37%(1만7백41채)만을 철거했다.

이는 민선시대 직전인 94년의 철거율 63%보다 26% 포인트나 낮아진 수치다. 올해도 4월 말까지 3만1천여채가 무허가 단속에 걸렸으나 36.9%에 대해서만 철거명령을 내렸다.

무허가 건물은 서초구가 3천4백32채로 가장 많고 ▶강남(3천3백14채)▶강동(2천5백17채)▶노원(2천1백76채)구가 뒤를 이었다. 철거율은 종로구가 12%로 가장 낮았고 중구.강남.강동.용산 등 8개구는 30%를 밑돌았다.

이같은 현상은 무허가 건물 단속 권한을 갖고있는 구청들이 지역 주민들의 불법을 적극 단속하지 않고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또 건축법에는 무허가 건물에 대해 1차 시정지시(철거 및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성격의 철거이행 강제금을 매기고 고발하도록 돼있으나 건물주가 이행강제금을 내지않는 경우도 60%를 넘는다.

올해의 경우에도 11억3천여만원 가운데 징수율은 27%에 불과하다. 건축주들이 납부를 거부해도 구청들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징수를 더욱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구조조정 영향으로 담당 인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단속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못할 판" 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허가 건축물이 문제가 되자 서울시는 올해초 부랴부랴 주민 신고엽서를 제작, 배포했을 뿐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