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번진 ‘통영의 딸’ 구명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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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자씨

북한 요덕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통영의 딸’ 신숙자씨와 오혜원(35)·규원(33)씨 모녀 구출 운동이 해외로 확산하고 있다. 신씨 남편인 오길남(69)씨는 생이별의 비극이 시작된 독일 땅을 26년 만에 다시 찾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그는 가족사진을 가슴에 붙인 채 베를린 북한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오씨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순진무구한 가족들을 죽음의 계곡에 데리고 간 나는 사람 자격도 없다”고 자책하면서도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독일 교민들은 두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재독한인총연합회는 8일 뒤스부르크에서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신씨 모녀 구명을 위한 서명 결과를 내년 초까지 독일 정부와 의회에 전달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달 말 “필요하면 직접 북한에 가서 중재해서라도 오 박사 가족을 구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씨는 “내 신분이 망명권자라서 더 힘을 쏟아주는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독일 정부로부터 무제한 체류허가를 인정받은 망명권자 상태로 1985년 12월 북한에 입국했었다. 오씨는 “독일엔 북한대사관도 있고 독일이 북한에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의 창구가 될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신씨 모녀 구명 열기는 독일을 넘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최병호(67) 재독한인총연합회장은 “18~2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유럽한인총회를 통해 구명운동 확산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오씨와 신씨 사건은 파독 간호사와 유학생 부부의 비극적 사건이라 현지 교민들의 공감대가 크다고 한다. 독일 에센 지역 한인회장 윤정태(66)씨는 “프랑스 교민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경원·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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