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 정보 8000건 세계무대 알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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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회현동 한국미술정보개발원 사무실서 만난 윤철규 대표. 미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그는 “투명한 시장 정보 공개가 미술계 전체의 신뢰를 이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1970년대 초 일본의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가 파리에 진출했다. 인상파 화가들이 일본 전통 풍속화인 우케요에((浮世繪)를 따라 그리는 등 일찌감치 일본풍이 유행했던 이곳에서도 사람들은 시세이도는 고사하고 일본을 너무 몰랐다. 판매가 안 됐다. 그래서 이 기업이 교토(京都) 인근에 만든 게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다. 국가와 기업이 반반씩 비용을 부담해 국내외 일본학 연구자들을 교류시키며 일본 문화의 세계화를 꾀했다.

 “물건을 파는 것은 곧 문화적 아이덴티티(identity)를 파는 겁니다. 가령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파는데, 반도체와 우리 문화는 어떤 부분이 상통할까요. 9세기 중국의 청자 기술을 받아들여 200년 뒤 중국엔 없는 상감청자를 만든 게 그 예가 될 수 있겠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우리 미술을 두루 알리고 있는 한국미술정보개발원(www.koreanart21.com) 윤철규(54) 대표의 얘기다. 생각은 동서고금, 전통문화와 대중문화를 넘나든다.

 “요즘 K-POP 열풍을 이끄는 ‘소녀시대’의 원조가 일본의 걸그룹 ‘모닝구 무스메’라면서요. 그런데 거기는 군대식으로 딱딱 맞춰져 있는데 우리는 분방함이 있달까. 백자에 그려 넣은 자유로운 그림들이 생각나요. 이런 요소를 우리 문화에서 찾아내는 기초 작업을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를 말할 수 있는 키워드를 많이 만들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이 최근 개원 1년을 맞았다. 우리네 문화판에서 보기 드문 미술정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했다. 자체 번역·요약한 해외 미술계 뉴스가 1600여 건, 국내 경매 소식 및 고미술 전시 리뷰가 300여 건, 업계 구인구직을 포함한 한국미술 정보 8000여 건, 중동·남미까지 포괄한 전세계 미술관 800곳 안내 등의 풍부한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간 3만 8000여명 이 이 사이트를 다녀갔고, 국내외 6000여 명이 매주 이곳 소식을 e-메일로 받아보고 있다. 시장·용어·작가·작품감정 등에 대한 1대1 상담도 진행한다. 고미술 감정 문의에는 전문가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윤 대표는 국내 미술계 현장을 두루 누볐다. 월간미술과 중앙일보에서 미술담당 기자로 19년을 일했다. 주변의 의아한 시선을 뒤로 하고 42세에 돌연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미술사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귀국 후엔 국내 1위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 대표(2005∼2010)로 일했다. 대규모 미술품 경매인 옥션쇼 개최(2007년 9월), 코스닥 상장(2008년 7월), 홍콩 경매 시작(2008년 10월) 등 국내 미술품 경매 최초 기록도 여러 건 세웠다.

 그 과정에서 화두로 붙잡았던 건 ‘한국적 정체성’. “한국 현대미술을 홍콩 경매에 내놓아 보니 중국·일본에 비해 한국 것이라는 차별성이 부족하더군요. 그간 우리는 문화적 아이덴티티 만들기를 등한히 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데이터베이스 사업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야 보배가 되는 법, 바닥부터 다지자고 생각했다. “외국서 공부할 때나, 옥션에서 일할 때나 한국 미술이 실제보다 디스카운트가 돼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어요. 널리 소개가 안 돼 있고, 이해가 덜 돼 있어서죠.”

 한국미술정보개발원은 우리 미술의 국제화를 위해 영어·중국어·일본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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