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호주달러가 강세면 코스피도 오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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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중국 정부는 은행 대출을 크게 늘려 경기를 부양했다. 이듬해 12월 중국의 통화 증가율이 30%까지 올라간 게 이를 입증한다.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은 재정적으로나 통화적으로나 전례가 없는 강한 확장정책을 폈다.

 돈이 풀려 생긴 자산과 물가의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 환율시장을 살펴보면 다소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2009년부터 호주달러와 한국의 원화가치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사실 호주는 한국의 주요 수출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입국으로서 위상은 확고하다. 한국무역협회의 국가별 수입 통계(2011년 8월 기준)에 따르면 호주는 5위다. 대(對)호주 수입은 전체의 5.2%다. 이는 한국이 원유를 수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6.5%)보다 낮고 쿠웨이트(3.5%)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호주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한국 입장에선 수입 물가가 올라가는 효과를 얻게 된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원화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호주달러와 원화는 동반 강세와 동반 약세를 보인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호주달러가 원자재와 관련해 대표 통화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호주는 철광석·석탄 등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다.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한 호주는 주로 원자재 수출에 의존해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호주 경제도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한다.

 세계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경우 원자재에 대한 수요와 가격은 완만하게 올라간다. 호주 입장에선 수출 증가를 통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호주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면 호주의 원자재 수출이 호조세를 보여 세계 경제가 성장 중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최대 원자재 수입국은 중국이다. 결국 호주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호주가 중국에 원자재 수출을 잘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호주달러의 강세는 한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호주달러 강세가 원화 강세를 견인하고 한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요약하면 원자재 값이 오르고 호주달러가 강세일 때 세계 경제는 좋아진다. 이때 한국의 수출도 잘된다. 주가도 위험선호현상이 전반적으로 확산하면서 꾸준히 오른다. 호주달러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정훈의 투자 ABC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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