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88%가 수의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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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기업집단의 광고·시스템통합(SI)·물류 회사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율이 높고 대부분 경쟁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집단 소속의 광고·SI·물류회사 20곳의 내부거래 현황과 사업자 선정 방식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9일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20개 업체의 매출액 12조9000억원 가운데 71%인 9조2000억원이 내부거래였다. 내부거래 비중이 2008년(69%)과 2009년(67%)보다 높아졌다. 업종별로는 물류 분야의 내부거래 비중이 83%로 가장 높았고, 광고 69%, SI 64% 등이었다. 조사 대상 광고회사는 8개, SI업체 8개, 물류회사는 4개였다.

 20개 업체는 내부거래를 하면서 사업자를 선정할 때 수의계약 방식(88%·거래금액 기준)을 선호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거래를 따낸 것이다. 업종별로는 물류의 수의계약 비중이 99%였고, 광고 분야 96%, SI 분야 78%였다. 반면에 대기업집단이 비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수의계약한 것은 41%에 불과했고 경쟁입찰 비중이 59%에 달했다.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따낸 뒤 중소기업에 이를 위탁하고 중간에 ‘통행세’를 챙기는 사례도 발견됐다. 공정위 신영선 시장감시국장은 “대기업집단별로 폐쇄적인 내부시장이 형성되고 역량 있는 비계열 독립기업의 사업 참여 및 성장 기회가 제약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에서 입찰 담합으로 공공기관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손해액을 배상하도록 손해배상 예정액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담합 입찰 가능성을 사전에 억제하고 손해액 산정 부담을 줄여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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