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2000] 철벽수비 이탈리아, 공격축구 네덜란드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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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 네덜란드가 마지막 남은 200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결승 티켓을 놓고 30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격돌한다.

푸른 유니폼의 이탈리아와 오렌지색 유니폼의 네덜란드의 준결승전은 빗장 수비의 대명사 파올로 말디니(이탈리아)와 폭발적인 공격력의 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네덜란드)의 `창과 방패'의 대결로 압축된다.

이탈리아는 말디니가 축이 된 수비진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빠른 공수전환으로 역습을 노리는 전형적인 압박 수비축구를 구사한다.

대표팀에서 13년동안 잔뼈가 굵은 말디니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장을 자처, 알레산드로 네스타, 파비오 칸나바로, 크리스티안 파누치로 구성된 수비진을 총지휘한다.

준결승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2실점으로 막은 수비의 핵 말디니는 최전방 프란체스코 토티, 필리포 인자기 등에게 이어주는 정확한 패스로 `앵커맨'으로서의 활약이 돋보인다.

네덜란드의 공격수에 비해 폭발적인 득점력은 없지만 인자기, 토티, 델 피에로,크리스티안 비에리 등으로 이뤄진 풍부한 공격진은 언제든지 골을 터뜨릴 수 있는기량을 갖췄다.

여기다 골키퍼 출신 디노 조프 이탈리아 감독은 경기 당일 선수 컨디션과 상대팀을 고려, 적절한 공격수를 선택하는 용병술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네덜란드는 득점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5골)를 비롯해 공격을 조율하는 데니스 베르캄프, 양쪽 날개 마르크 오베르마스와 부데윈 젠덴 등의 공격진은 출전 팀 중 가장 날카로운 창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한골도 넣지 못한 베르캄프는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으로 임무를 바꿔 팀 공헌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프랑크 데 보어, 로날트 데 보어, 야프 스탐 등의 수비진이 조직력과 스피드면에서 이탈리아에 비해 떨어지는데다 허리진의 클라렌세 세도르프가 제 몫을 못해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걸출한 미드필더 에드가 다비스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중원을 장악한다면 승부는 의외로 쉽게 끝날 수 있다.

홈에서 12년만에 우승을 노리는 네덜란드와 32년만에 명예 회복에 나선 이탈리아의 대결은 공격축구와 수비축구의 진수를 팬들에게 선사할 것이다.(서울=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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