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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의 인생 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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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스칼라피노 교수

이정식 교수는 1931년생이다. 만으로 80세. 이 정도 연배의 한국인은 대개 전쟁을 두 번은 겪었다. 일제강점기에 겪은 태평양전쟁(1941년)과 광복 이후의 6·25전쟁이다. 이 교수는 거기에 더해 두 번의 전쟁을 더 체험한다.

 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 그리고 1945년부터 48년까지 중국 만주에서 벌어진 공산당과 국민당의 내전이다. 모두 네 차례의 전쟁을 젊은 나이에 경험한 것이다. 만주에서의 국공내전 때는 그의 집 바로 앞에 지어놓았던 토치카에서 울려오는 기관총 소리를 그대로 들어야 했다고 한다. 6·25 때는 매일같이 미국 폭격기가 폭탄을 떨어뜨리는 구경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평안남도 안주 출신이다. 1933년 만주로 이주했다가 1948년 북한으로 귀국했다. 한국전쟁 1·4후퇴 때 서울로 피란해 왔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일생이다.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국제적 수준에서 고스란히 체험했다. 이런 기구한 운명은 그가 한국현대사를 연구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6·25 전쟁 중 미군장교와 선교사의 도움으로 미국에 유학했다. UCLA 정치학과를 거쳐 UC버클리 대학원에서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한국현대사 연구에 본격 착수했다. 『한국의 민족주의운동사』(1963)를 낸 데 이어, 1974년 『한국공산주의운동사』로 정치 및 국제문제 최고 저작에 수여하는 미 정치학회 우드로 윌슨 파운데이션 상을 수상했다.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 겸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석좌교수로 있다.

지금도 현역처럼 강의와 저술을 병행하고 있으며 『박정희 평전』이 조만간 미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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