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연 “고령 의원 출마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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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한나라당 싱크탱크 격인 여의도연구소(소장 정두언 의원)가 8일 “내년 총선에서 고령(高齡) 의원들은 자진해서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전략 문건을 언론에 공개했다.

 여의도연구소는 문건에서 “내년 총선 필승 전략의 핵심은 인물론”이라며 “경쟁력 있는 새로운 인물의 대대적 영입을 통해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게 당 쇄신의 핵심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대적인 외부인사 영입으로 불리한 선거환경을 극복해낸 15대 총선(1996년)과 고령의원 20여 명이 자진 출마포기 선언을 한 17대 총선(2004년)을 전략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7일 ‘서울 강남, 영남지역 50% 물갈이’를 주장한 데 이어 당 산하 정책연구소는 ‘고령의원 물갈이론’을 내놓은 것이다.

여의도연구소가 만든 내년 총선전략 문건.

 문건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이 지난해 6·2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한명숙 후보와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얻은 표(220만여 표)에 육박한 득표(215만 표·98.0%)를 했으나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8·24 주민투표 참가자(215만여 명)의 86.5%(186만여 표)밖에 얻지 못한 건 ‘인물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의도연구소의 물갈이론에 대해 상당수의 다선 의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5선인 이상득 의원의 한 측근은 “일본은 15선, 미국은 20선 의원도 있다”며 “나이가 많다고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하면 국가 원로나 경륜있는 지도자는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친박근혜계로, 4선인 이경재 의원은 “연령으로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반(反)민주적 발상”이라며 “친이명박계와 쇄신파가 권력투쟁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6선인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영국 프리미어축구단도 1년 단위로 선수가 바뀐다”며 “(총선 공천은) 4년에 한 번 하는 인사이므로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이 바뀌는 게 좋다”고 했다. 문건으로 당내에서 분란 조짐이 보이자 김정권 사무총장은 “당 지도부에 보고되지 않은 연구소 내부 문건이다. (중진 의원 가운데) 때가 되면 용퇴하실 분들도 계실 텐데 인위적으로 물갈이를 얘기해선 안 된다”며 진화하고 나섰다. 정두언 소장은 “여의도연구소는 공천과 관련해 ‘객관적 교체지수’와 소셜네트워크(SNS) 활용도를 평가한 ‘소통지수’를 마련해 (공천 대상자의) 경쟁력을 평가할 것”이라며 “(문건은)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 영입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발을 뺐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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