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천국’ 일본 기술력 … “목조가 콘크리트보다 화재 피해 작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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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단독주택 천국이다. 그만큼 단독주택이 많다. 지난해 착공한 주택 5채 중 3채꼴로 단독주택이다. 대부분은 목조다. 일본인에게 단독주택은 그저 그런 집이 아니다. 선망의 대상이다.

 일본의 단독주택 연구와 기술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한국에는 하나도 없는 단독주택 연구소가 일본에는 네 곳이나 된다. 일본 최대 목조단독주택연구소인 스미토모(住友) 쓰쿠바(筑波)연구소. 이 연구소는 일본 도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이바라키(茨城)현 쓰쿠바(筑波)시에 있다. 연구소는 일본의 유명 목조주택건설업체인 스미토모임업(住友林業)이 세웠다. 목조주택업체지만 지난해 매출액만 8000억 엔(11조4174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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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직접 찾은 연구소. 화재실험이 한창이었다. 연구소 본관 옆 A동에서 흰색 방염복과 방염모자를 착용한 연구원들이 목조 패널(널빤지)에 섭씨 900도의 열을 가하고 있었다. 패널은 45분간 가열됐지만 약간의 그을림만 있을 뿐 불타지 않았다.

 옆 건물에서는 이 목조 패널로 지은 건축면적 132㎡의 목조주택이 불타고 있었다. 나오테루 우메사키(梅<54B2>直照) 소장은 “목조주택은 불이 나면 활활 타버리는 줄 아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목재는 수분을 빨아들이고 열을 방출하는 성질이 있어 화재 때 탄화층이 형성돼 콘크리트 주택보다 피해가 작다”고 말했다.

 맞은편 B동에는 실제 크기의 주택이 거대한 철판 위에 놓여 있었다. 내진 강도를 연구하는 실험장이다. 고막을 찢는 듯한 굉음을 내며 철판이 진도 7의 강도로 작동했다. 집은 마치 고무로 만든 것처럼 좌우로 흔들릴 뿐 무너지지는 않았다. 다케오 혼마(健<90CE>本間) 부소장은 “벽에 패널을 교차시켜 빈 공간을 뒀기 때문에 탄성이 높아져 지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며 “서로 교차된 크로스 패널은 특허를 받은 스미토모임업만의 기술”이라고 말했다.

 C동 바닥은 물로 흥건했다. 폭우에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 연구하는 곳이다. 역대 일본 최대 강우량(240mm)의 두 배인 시간당 480mm의 물을 주택에 퍼붓는다.

 주택재료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여기저기 구멍이 파인 통나무를 들추니 흰개미 수만 마리가 바글거린다. 통나무는 흰개미가 좋아하는 소나무다. 그 옆칸에 있는 소나무에도 흰개미가 득실거린다. 하지만 갉아먹힌 흔적이 거의 없다. 흰개미가 싫어하는 향을 뿜는 약품을 발라놓았기 때문이다. 이사오 이시자키(石崎功雄) 부장은 “일본에서 목조주택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흰개미 피해”라며 “원재료를 손상하지 않고 인체에도 해를 주지 않으면서 흰개미 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 본관 옆 별관 2층에는 침대·책상부터 조리기구까지 갖춘 목조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연구원들은 이곳에서 생활하며 일상생활에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소리·진동·빛·열을 연구한다. 일종의 임상시험이다. 벽에 걸려 있는 일지에는 연구원들이 생활하며 느꼈던 불편한 점들이 기록돼 있다. ‘2층 계단의 손잡이가 미끄럽다’ ‘욕실 수건걸이를 5㎝ 높게 달았으면 좋겠다’….

 같은 건물 3층에는 10여 개의 방이 있다.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는 체험방이다. 한 방에 들어가 보니 커다란 창문 앞에 잎이 좁은 침엽수와 잎이 넓은 활엽수가 서 있다.

요리치카 나가노(長野?親) 부장은 “마당에 어떤 나무를 심느냐에 따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나무 한 그루도 철저한 실험을 거쳐 심는다”고 말했다. 우메사키(梅<54B2>) 소장은 “재료에서 임상시험에 이르기까지 신약을 개발하듯 주택도 부단히 연구하고 업그레이드해야 쾌적하고 오래 살고 싶은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쓰쿠바=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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