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미국 101 공정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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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어느 시대, 어느 전쟁이든 그 이름 하나만으로 상대의 전투의지를 반감시키는 역전의 정예부대가 존재했다. 미국에서는 ‘울부짖는 독수리(Screaming Eagle)’라는 별명을 가진 101 공정사단이 떠오른다. 이 사단은 유명한 미국 드라마 ‘밴드 오브 브러더스(Band of Brothers)’에서 이지중대(Easy Company)로 더 알려진 부대다.

 미국 101 공정사단을 진정한 정예부대로 꼽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고 더 강한 부대로 거듭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1944년 6월 5일 D데이 때는 무모한 낙하작전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주어진 목표를 대부분 완수했다. 그 후 매우 짧은 재편 과정을 거쳐 또다시 무모한 공수 작전인 마켓 가든(Market Garden)에 투입됐다.

 101 공정사단은 독일군의 마지막 반격이라 할 수 있었던 발지전투에 비행기 대신 트럭을 타고 투입됐다. 이 전투에서 독일군에 완전 포위당했지만 군사 요충지인 바스통을 사수해 미국의 반격에 매우 큰 공헌을 하게 된다.

 기업의 오랜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삭막한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한국 기업은 그동안 많은 위기를 경험했다. 1998년 국가부도 위기를 거쳐 2000년대 초반에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위기와 카드 사태로 인한 가계신용 위기를 겪었다. 차이나 쇼크를 거쳐 2008년에는 세계 금융위기를 이겨내야 했다. 그런 위기 때마다 단기적으로는 큰 피해를 봤지만 한국의 주요 기업은 특유의 근성과 문화를 바탕으로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98년 외환위기는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재무구조 개선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IT버블 붕괴로 인한 2000년대 세계경기 침체는 한국 주요 IT기업이 세계무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종합적인 시장 지배력은 경쟁업체에 비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더 강한 부대로 거듭나야만 진정한 정예부대로 인정받을 수 있듯,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재무구조와 경쟁력,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만이 주주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위기를 돌이켜보면 ‘나가떨어진 쪽’은 떵떵거리던 해외 경쟁자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쪽은 한국의 주요 기업이다. 한국 기업을 정예부대라고 부를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엄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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