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MT-2000 기술표준 채택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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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기술표준과 관련해 북미식인 동기식과 유럽식인 비동기식을 놓고 정부와 관련업계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 두가지 표준방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동기식(synchronous)과 비동기식(non-synchronous) 기술표준은 세계전기통신연합(ITU)이 지난 5월 승인한 IMT-2000 무선접속 규격 5가지중 대표적인 것으로, 정지시 2Mbps, 보행시 384Kbps, 차량이동시 144K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가지는 등 그성능면에서 이용자들에게 큰 차이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서비스업체나 장비제조업체들에게는 시장규모, 마케팅 등 산업적 측면에서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국가적으로도 어떤 기술표준을 선택하느냐는 국익과 직결되고 있다.

동기(同期)방식은 일부 북미지역에서 개발한 `멀티 캐리어'(MC)방식으로 1.25㎒대역의 주파수 3개를 1개 대역으로 구성, 전송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퀄컴이 대부분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며 모토롤러, 루슨트테크놀로지 등이 일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퀄컴은 이들 원천기술을 보유한 업체들과 크로싱라이센스를 맺어 로열티협상 창구역을 맡고 있다.

이에 반해 비동기(非同期)방식은 `다이렉트 스프레드'(DS)라는 명칭의 표준으로 애초부터 5㎒주파수를 할당,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기존 CDMA방식에서 진화한 것.

유럽지역에서 폭넓은 시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며 스웨덴의 에릭슨을 비롯해 노키아, 알카텔, 퀄컴, 모토롤라 등 메이저 5개사를 포함해 27개 업체들이 핵심기술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동기식의 경우 이처럼 원천기술 특허보유업체들이 난립되어 있어 로열티 협상창구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비동기식을 채택할 경우 원천기술 보유업체들과 각각 로열티협상을 벌여 로열티를 개별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시장규모면에서는 20 대 80의 비율로 비동기식이 동기식 시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다.

국내업체들은 2세대 이동전화에서 CDMA를 채택, 동기식에 기술력을 축적해놓은 상태이며 세계적으로도 선두적인 위치에 있다. 따라서 동기식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가 독보적인 지위를 점할 수 있으나 시장이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고 비동기식의 경우 시장규모는 크지만 국내업체들이 아직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 두가지 기술표준은 상호 로밍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서비스업체입장에서는 다수의 업체들이 채택하는 기술표준을 선호한다.

예컨대 국내에서 3사가 IMT-2000사업자로 선정됐을 경우 A사가 동기식을, B,C사가 비동기식을 채택했을 경우 A사는 독자적으로 동기식의 기지국을 전국적으로 구축해야 하지만 B, C사는 서로 지역별로 역할을 분담, 기지국을 구축해 기지국 공용화를 이룰 수 있어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동기 및 비동기간에 기술적 우위를 가릴 수 없지만 사업자들은 물론 정부도 어떤 표준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에서 우열이 판가름나고 국익과 직결되기때문에 기술표준 채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이다.(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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