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브루크너는 안 팔린다뇨 마니아들 쉽게 보셨군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7일 현재 서울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는 베를린 필하모닉(베를린필·사진)의 공연 티켓을 예매할 수 없다. 이달 15일 열리는 공연이 이미 9월에 매진됐다. 16일 세종문화회관 공연 티켓만 30여장 남았다.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객석은 총 5000여 석이다.

 3년 만에 내한하는 베를린필과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제법 무거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근대 서양음악에서 오케스트라 작품의 개념을 확장시킨 말러(1860~1911)와 브루크너(1824~96)다. 이들의 실질적 마지막 교향곡인 9번을 양일에 배치했다. 각각 90, 60여 분짜리 대곡이다. 대중적이라 하긴 힘든 작품들이다.

 3년 전 베를린필은 브람스 교향곡 네 곡을 들고 내한했다. 귀에 익고 아름다운 선율이 있었던 브람스에 비해 올해 곡목은 티켓 판매를 낙관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는 결과가 나왔다. 공연을 주관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따르면 티켓은 판매가 시작된 6월 한 달에만 40%가 나갔다. 판매 속도·수량에서 3년 전 브람스 공연을 앞질렀다. 유료 티켓의 전체 수량은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친숙한 작품인 브람스에 비해 까다로운 말러·브루크너의 실적이 좋았다는 뜻이다. 이 재단 음악사업팀의 박선희 과장은 “연주 곡목이 어려웠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마니아로 타깃을 좁힐 수 있었고 오히려 호응이 좋았다고 본다. 베를린필에 대한 청중의 믿음도 한몫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베를린필 공연에는 청중 견인차인 스타 협연자가 없다. 11월 한국을 ‘오케스트라 접전지’로 만든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8·9일), 시드니 심포니(16·17일)는 각각 사라 장과 예프게니 키신 등을 협연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매진된 공연은 베를린필 뿐이다. 게다가 베를린필은 2005년 내한 때부터 45만원 티켓으로 유명한 비싼 공연이다. 말 그대로 ‘뚜껑 열어보니 흥행’인 셈이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