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탈북고아 10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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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에서 국적 없이 떠도는 탈북 고아가 최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가 최근 보고서에서 밝혔다. 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위원회는 “중국 내 탈북 여성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이들이 중국 남성과 낳은 자녀의 상당수는 중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게 된다”며 “탈북 여성의 자녀는 중국 시민권에 해당하는 호구 취득이 거부되고 공공교육과 의료 등 사회 서비스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또 비정부기구를 인용해 “중국 내 탈북자의 70%에 가까운 이들이 여성이고 이들 탈북 여성 10명 가운데 9명은 인신매매되는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위원회가 추정한 탈북 고아는 한국의 탈북자 지원 인권단체가 밝혀온 2만 명보다 훨씬 많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내에 체류하는 여성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행에 성공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탈북 고아의 숫자가 늘어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지난 4월 에드 로이스(공화당) 하원의원이 ‘무국적 북한 어린이 지원 전략 개발 등에 관한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에는 미 행정부가 탈북 고아 문제에 관심을 갖고 가족 상봉 추진 등의 조치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입양 주선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고 있다. 앞서 2월 상원에서는 같은 당 리처드 버 의원이 ‘2011 탈북 난민 입양 법안’을 발의했다. 한 지원단체 관계자는 “미 의회에서 법안 제출까지 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 정치권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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