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수 군산해양경찰서장, 경비함서 추락 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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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현장을 파악하러 나섰던 정갑수(56·사진) 군산해양경찰서장이 경비함에서 추락해 숨졌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정 서장은 4일 오전 6시20분부터 7시 사이 군산 어청도 서쪽 65㎞ 해상을 순시 중이던 ‘1001함(1000t급)’에서 바다로 떨어졌다. 곧바로 수색작업에 나선 해경은 오전 10시쯤 인근 해역에서 정 서장의 시신을 인양했다.

정갑수 군산해양경찰서장의 시신을 실은 해경 경비정이 4일 오후 군산항 1부두에 도착했다. [뉴시스]

 정 서장은 금어기(6~9월)가 해제된 후 중국 어선들의 불법조업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날 오후 5시 경비함을 타고 1박2일 일정으로 현장 순시에 나섰다. 1001함에는 1.5m 높이의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지만 정 서장의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군산해경은 “사고 당시 이슬과 짙은 안개로 갑판이 미끄러웠다”며 “너울성 파도가 심한 지역이라 순간적으로 배가 기울면서 3층 조타실에서 1층 식당으로 가던 정 서장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비함에는 CCTV(폐쇄회로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추락 장면을 찍지는 못했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정 서장은 올해 초 군산해양경찰서장에 취임했다. 1977년 순경으로 해경에 입문한 뒤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2007년 총경으로 승진했다. 그는 평소 현장을 강조해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섬 파출소, 해수욕장, 방파제 등을 자주 시찰했다. 군산해경 노상규 경사는 “평소 ‘윗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면서 업무를 챙겼다”고 말했다. 장례식은 8일 ‘해양경찰청장(5일장)’으로 치른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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