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검·경 수사권 논란

인권 차원에서 경찰권 확대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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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용근
홍익대 교수·법대

검찰과 경찰이 검사의 수사 지휘 범위를 둘러싸고 또 갈등을 빚고 있다. 내년 1월 1일 발효를 앞둔 개정 형사소송법에 명기된 ‘대통령령’을 놓고서다. 개정 형소법 제196조 제3항은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했다. 최근 검찰과 법무부는 검찰의 지휘 없이 할 수 있는 경찰의 내사 범위를 좁히고,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초안을 제출했다. 경찰은 내사 범위 축소에 반발하며 검사의 부당한 지휘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의 초안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대통령령 제정 작업이 한창이다.

국민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조정에 대해 냉소적 태도나 무관심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현재의 논의가 주인인 국민은 없고 양 기관의 다툼만 있어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권력기관 통제는 더 많을수록 권력 남용을 방지할 수 있기에 국민에게는 도움이 된다. 이러한 통제장치를 없애는 것은 한편 효율적일 것 같지만 그 효율성이 국민의 것이 아니라 정치권력이나 권력기관의 남용으로 이어져 국민 인권을 유린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래서 법치주의의 권력통제를 전제로 한 권력 분립을 문명국가에서는 가장 중요한 원리로 확립시켜 왔다.

 수사권 조정 논의를 하는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 수사의 적법성을 더욱 확실히 확보해 국민들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사 과정에서 국민에게 불편을 주었던 관행이나 불필요한 절차를 줄여 나가자는 취지다. 따라서 어느 일방의 권한 강화를 위한 논의가 아닌 주인인 국민을 위한다는 것이 대전제로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경찰 외에 준사법기관인 검찰에 의한 구제 내지는 이의제기 과정을 더 존치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안일 것이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 배제 또는 축소는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 수사권 독립이 경찰의 권한 강화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고, 이는 거대한 경찰 조직의 특성상 권력의 확대를 초래해 국민의 인권보장에 적신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제수사가 행해지는 경우, 현재처럼 검찰이 경찰의 부당한 수사를 지휘·통제할 수 있기에 피의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다. 헌법 12조 3항의 영장신청의 주체이자 기소 여부의 주체인 검사의 정당한 지시에 경찰이 구속받는 것은 타당하다. 검찰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면 국민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구속력은 있으나 법제상 구속력은 없는 검찰시민위원회가 창설되어 있다. 이보다는 검찰의 부당한 기소에 대해 국민이 직접 판단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하는 미국의 대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의회제가 더 바람직하다. 단순히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방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

 만약 정치 종속적인 검찰의 행태가 문제 된다면 경찰도 검찰 못지않게 정치권력에 취약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권력기관인 검찰과 경찰은 서로 견제와 균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에 수사의 최종 종결자 책임을 맡기는 게 타당하다고 보인다. 이번 논쟁을 통해 검찰은 지난날의 정치 검찰이란 오명을 털고 진정한 인권옹호기관으로 거듭나야 하고, 경찰은 수사기관으로 변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장용근 홍익대 교수·법대